서 “의장 출마 연연안해” 발언에
정진석 “야당에 양보” 협상 물꼬
의장직 내주고 상임위 실익 극대화
“운영위 사수 등 청 지시 있었을 것”
정진석 “야당에 양보” 협상 물꼬
의장직 내주고 상임위 실익 극대화
“운영위 사수 등 청 지시 있었을 것”
8일 여야 원 구성 협상 타결의 실마리는 국회 최다선(8선)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의 ‘국회의장 포기’ 선언이었다.
서 의원은 이날 오전 같은 당 원유철 의원이 주도하는 ‘국가미래전략포럼’ 창립 총회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축사 도중 그는 원 구성 지연 문제를 언급하며 “분명히 말한다. 크게 미래를 보면서 야당에서 ‘국회의장을 달라’고 하면 주고 원 구성을 늦추지 말라. 저는 의장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친박계 좌장인 서 의원은 이미 지난 4월 총선 직후 당선자 워크숍에서 “국회의장 얘기가 나오는데 (여소야대에서) 야당이 우리에게 주지 않는다. 다 접어야 한다. 훌훌 다 털겠다”며 국회의장 도전 포기 발언을 했었다. 그러나 지난달 말 새누리당은 여야 협상 와중에 ‘의장 사수’ 쪽으로 돌아섰고, 이를 두고 “서청원 의원이 의장 욕심을 내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여야 협상이 막히자 서 의원이 극적으로 물꼬를 터준 모양새가 된 것이다. 서 의원 쪽은 “최다선으로 개원이 늦어지는 데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야당이 제안한 자유투표로 의장을 뽑을 경우 당내 이탈표 등으로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려도 한 것으로 보인다.
“의장 출마 안 한다”는 서 의원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그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우리가 야당에 국회의장을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여당이 의장을 맡는 게 관례”라고 했던 태도에서 돌아선 것이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서 의원이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 물꼬를 터줬다. 한 인간에 대한 큰 신뢰를 느낀다”고 한껏 추어올렸다.
협상이 타결되면서 새누리당은 의장을 양보했다는 명분과 운영·법사·정무·미방위 등 주요 상임위를 얻는 실속을 챙겼다. 새누리당이 실제로 의장직을 사수할 의도였다기보다는, 상임위에서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장 자리를 협상 지렛대로 한껏 활용한 것 아니냐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정 원내대표 쪽은 “어차피 의장직을 계속 고수할 수 없는 국면이었는데 서 의원이 적절한 시기에 결단을 해줬다”고 말했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자신의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를 야당에 절대 양보해선 안 된다고 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 원내대표가 막판엔 의장을 내주고 실속을 챙기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서 의원이 의장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정 원내대표가 발목 잡혀 있지 않았냐”며 “정 원내대표가 친박의 눈치를 굉장히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포기로 서 의원은 새누리당이 무소속 의원 복당을 받아 1당이 될 경우 20대 국회 후반기 의장을 예약해뒀다는 얘기도 나온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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