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무소속 의원이 5월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에서 열린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 주제의 강연에 앞서 강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0일 모임 열어 ‘복당 신고식’ 논의
비박계 “유 의원은 패권공천 피해자”
비박계 “유 의원은 패권공천 피해자”
유승민 의원 복당 결정을 되돌리는 데 실패하고 잠시 주춤했던 새누리당 친박근혜계가 20일 다시 의원모임을 열어 ‘유승민 복당 이후’를 논의한다. 친박계는 복당 결정의 책임을 물어 ‘정진석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하다가 한발 물러섰지만, 일부 강성 친박은 유 의원에 대해서는 “공개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며 ‘복당 신고식’을 벼르고 있다. 전당대회와 이후 대선 레이스에서 비박계의 주축이 될 수도 있는 유 의원의 운신 폭을 눌러놓겠다는 심사다.
친박계는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의원모임을 연다. 지난 17일 ‘복당 쿠데타 진압’을 위한 긴급모임에는 당내 70여명으로 추산되는 친박계 의원들 가운데 조원진(3선), 김태흠·김진태·이장우·이완영·이우현(이상 재선) 의원 등 불과 6명만 참여했었다. 이 때문에 1차 모임을 주도한 친박 의원들은 주말 동안 친박계로 분류되는 당내 초·재선 의원들에게 연락을 돌리는 등 2차 모임 ‘세 불리기’에 애를 썼다. 이완영 의원은 19일 “20일 모임에는 40여명 정도 참석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들의 발언 수위는 다시 거칠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비상대책위원회의 복당 결정을 “쿠데타”로 표현하며 계파 갈등에 불을 당겼던 김태흠 의원은 의원총회 소집과 함께 유 의원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김 의원은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공천 과정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유 의원이 당을 어렵게 한 것은 사실이다. 의총이 열리면 참석해 의원들 앞에서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입장 표명은 ‘사과’를 뜻한다”고 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유 의원이 왜 사과를 해야 하는지에 의문을 품는 당내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2차 모임에서 사과 요구 문제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친박계가 ‘패권 공천’ 피해자인 유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비박계 한 인사는 “이미 복당 결정으로 공천 과정에서 당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한 것 아니냐. 국민들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친박계 뜻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20일 오전 열리는 본회의에 89일 만에 ‘새누리당 의원’으로 참석해 정진석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들을 예정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