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의 벽에 약간의 금이나마 내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이 균열을 메워 ‘공존의 공화국’으로 대한민국을 밀어 가고 싶다.”
더불어민주당 8·27 전당대회의 유력한 당 대표 후보로 꼽혔던 김부겸 의원이 23일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며 이같이 밝혔다. 4·13 총선 뒤 당권과 대권 사이에서 저울질을 해온 김 의원이 결국 당권보다 대권 도전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어 “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1위가 나오면서 여러 선후배 의원님들이 출마를 권했고 저 스스로도 고민했다. 당을 수권정당으로 일신하는 것이 급선무 아닌가 하는 고민이었지만 당은 꼭 제가 아니라도 수권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영남권은 물론 지방의 활로 개척에 중요한 신공항 결정을 앞두고, 경솔하기보다는 진중한 자세를 취하는 게 도리라 생각해 입장 정리가 늦어졌다”고 덧붙였다. 대구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던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21일)를 앞두고 자신의 거취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어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한 선언을 미뤘다는 뜻이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대구에서 생환하며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지만, 당내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이번엔 당권을 디딤돌 삼아 차차기 대권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김 의원 본인도 이달 들어 당 대표직 도전을 두고 전전반측하며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대표 당선 가능성과 차기 대권 도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당대회 불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다양한 후보들이 대권에 도전해 판을 키워야 할 때”라며“김부겸 의원의 경쟁력이 지금 당 대표에 쓰이기엔 아깝다는 평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날 내놓은 ‘전당대회 불출마의 변’에서 절반쯤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글에서 김 의원은 “지금 우리 당의 절체절명의 과제는 정권교체다. 남은 것은 정권교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부분이다. 지금부터 그 역할을 진지하게 숙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적 진로는 열어두겠다. 스스로 마음의 준비가 되면 그때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진지하게 말씀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의원은 대선 출마와 관련한 즉답은 피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대권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오늘은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씀만 드리겠다. ‘남들이 (대권 도전) 하니 나도 할래’ 이런 건 안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더민주의 당대표 경선은 추미애 의원과 송영길 의원의 양강구도로 접어들 전망이다. 김 의원의 출마를 기대해온 ‘비주류’ 진영에서도 조만간 후보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 쪽에서는 박영선 의원과 이종걸 의원, 김진표 의원 등이 출마를 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출마의사를 밝힌 이는 없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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