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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제1야당 더민주의 ‘노동자’ 논쟁이 씁쓸한 까닭

등록 2016-08-17 22:25수정 2016-08-17 22:45

[현장에서]
‘노동자’. 단어 하나에 정당이 외곽부터 중심까지 출렁였다.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령 개정 작업을 한 더불어민주당이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 향상을 위한 노력을 존중한다’는 표현에서 ‘노동자’를 지우고 ‘시민의 권리’만을 남겨둔 것이 화근이 됐다. ‘노동자’가 사라진 정당이라니, 언뜻 들으면 “야당 몰락의 신호탄”이라는 노동운동 진영의 맹비난을 들어 마땅한 듯했다.

지난 12일 이 소식이 알려지자 김상곤·이종걸·추미애 등 당대표 후보들은 “노동자 문구를 삭제해선 안 된다” “당의 정체성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결국 17일 당 지도부가 회의를 열어 해당 조문을 “노동자, 농어민, 소상공인 등 서민과 중산층의 권리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으로 고치면서 논란은 닷새 만에 마무리됐다.

애초에 이번 강령 논란은 ‘노선투쟁’ 운운하기에도 멋쩍은 데가 있었다. 당대표 후보들과 여러 언론은 당 정체성을 뒤흔드는 ‘노동자 문구 삭제’의 주체로 김종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지목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개정안을 만든 실무진에 따로 지침을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민주의 한 수도권 의원은 “김종인 대표 체제가 아니었으면 크게 논란거리가 안 됐을 것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들이 선명성 경쟁에 나서면서 논란이 고조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표현보다 중요한 것은 더민주가 과연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들의 정당이냐는 것이다. 더민주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노동부문 최고위원을 뽑으려 했지만 이 부문에 3천명의 권리당원을 채우지 못해 경선 자체가 불발됐다. 김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더민주가 ‘노동자를 앞세운다'고 말하지만 노동자를 위해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라며 “형식적인 이름만을 걸고서 우리가 누굴 위한다고 하는 건 정치하는 사람들이 할 소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민주가 노동을 등졌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강령 개정안 전부를 읽어봤는지도 의문이다.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노동기본권”은 “노동인권과 노동기본권”으로 확대됐고, “일하는 사람이 사회적 대화기구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구체적으로는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강령을 고친 것이다.

더민주의 한 젊은 당직자는 한숨을 쉬었다. “지지층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니 문구 하나를 놓고 너무 쉽게 흔들렸다. 우리의 기반이 여전히 얼마나 취약한가를 드러낸 해프닝이다.” 이번 논란을 맨 앞에서 이끈 이들이 곱씹어 새겨볼 만한 말이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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