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 짜겠다” 정계복귀 임박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이 2일 “구렁텅이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저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정치 재개를 선언한 뒤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어서, 그의 정계 복귀가 임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 전 고문은 이날 저녁 광주 동구 금남공원에서 열린 ‘손학규와 함께 저녁이 있는 빛고을 문화한마당’ 행사에 참석해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정신으로, 전라남도의 의병정신으로 구렁텅이에 빠지고 낭떠러지에 떨어져 망할지 모르는 우리나라를 구해야 되겠다는 마음을 갖고 오늘 행사를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가 갈 곳을 잃어 남북 관계가 완전히 절벽에 가로막혔고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문제로 국론은 분열되고 있어 언제 전쟁터가 될지 모를 위기에 처했다”며 “다산(정약용)이 <경세유표>를 쓴 개혁의 정신으로 우리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저를 죽일 각오로 나설 것을 여러분께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손 전 고문이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내놓자 객석의 지지자들은 연방 “손학규”를 외치며 환호했다. 이날 발언은 “공식 대선 출마선언의 주춧돌 정도로 보면 된다”고 손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말했다.
손 전 고문은 지난 5월 역시 광주에서 “새판을 짜겠다”며 사실상 정계 복귀를 선언한 바 있다. 지난 7월엔 “여러분께서 저에게 필요한 용기를 주셨고, 그 용기를 국민에게 꿈과 희망으로 되돌려드리겠다”고도 했다.
손 전 고문이 발언의 수위를 높이면서 그의 정계 복귀는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지만, 여전히 ‘명분’과 ‘경로’의 문제가 남아 있다. 8·27 전당대회 뒤 더민주 지도부가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 중심으로 꾸려지면서, 당내에 손 전 고문이 들어설 공간이 더 좁아졌다. 손 전 고문은 최근 전남 강진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잇따라 만나기도 했지만 대선으로 나아갈 길목을 확보한다는 것 외엔 국민의당 입당의 명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손 전 고문의 측근은 “현재로선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 당으로 들어가진 않을 것”이라며 “평당원으로 더민주의 당적을 버리진 않겠지만, 당분간 제3의 지대에서 손 전 고문의 공간을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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