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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새누리, 김재수 해임안 막으려고 ‘장관 필리버스터’ 꼼수까지

등록 2016-09-23 18:54

해임안 표결 시간 늦추려고
대정부질문서 총리·장관 답변 최대한 길게
“새누리 지도부가 정부 관계자에 지시 목격”

하루종일 여야 ‘협상’-‘대치’ 오가며 신경전
새누리, 더민주 국민의당에 ‘구애’
박지원·안철수·천정배, 의원들에 해임안 찬성 호소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이 예정된 23일, 여야는 온종일 신경을 곤두세우고 ‘협상’과 ‘대치’를 반복했다. 특히 애초에 야3당 합의로 해임건의안을 내기로 했던 국민의당이 찬성 당론을 모으는 데 실패하면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손끝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이날 아침부터 국회 중앙홀엔 전운이 감돌았다. 대정부질문 뒤 예정된 김 장관 해임건의안 상정에 반발한 새누리당이 오전 9시부터 의원총회를 진행해서다. 이로 인해 오전 10시에 시작하려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은 오후로 늦춰졌다. 오후 2시를 넘겨서까지 잇따라 연 의총에서 정진석 원내대표는 “야당이 주머니 속 공깃돌을 꺼내듯이 정치 흥정을 하고 있다”며 “야당이 어버이연합 청문회와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을 받아주면 해임건의안을 철회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지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오신환·박대출 의원 등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해임건의안 상정을 위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직권) 상정해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정 의장이 중립을 잃었다. 항의방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임건의안 통과의 열쇠를 쥔 국민의당을 향해선 새누리당과 더민주 양쪽 모두에서 ‘구애’가 이어졌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국민의당이 해임건의안 제출에 동참하지 않은 것을 두고 ”국민의당이 야당 범주에 속하지만 이성적·합리적으로 사안을 보고 결단을 내려 동참하지 않는 것을 보고 20대 국회에서 작은 희망을 갖는다”라고 추어올렸다. 이날 중앙홀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두 차례나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선거운동 할 때보다 (허리를) 더 굽혔다”며 박 위원장의 환심을 사려 애쓰기도 했다. 더민주 쪽도 전날부터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각자 가까운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찬성표’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까지 해임건의안 ‘반대’ 입장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졌던 국민의당은 밤을 넘기면서 ‘찬성’ 쪽으로 기류를 튼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위원장은 이날 낮 기자들과 만나 “해임건의안 통과 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면서도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이 어려운 순간에 야당한테 그렇게 (비난을) 퍼부어버리면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 새 (의원들 입장이) 확 바뀐다. 가만 놔둬도 그때(표결할 때) 가면 잘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과 천정배·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전날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해임건의안 찬성에 표를 던질 것을 부탁하며 표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의원 다수가 야권 공조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새누리당은 대정부질문에서 ‘장관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라는 초유의 ‘시간끌기 전략’을 택하기도 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긴 발언을 통해 대정부질문을 이어간 것이다. ‘본회의 보고 뒤 72시간 이내 표결’에 실패하면 해임건의안이 자동 폐기될 수도 있다는 계산에서다. 실제로 질의자 한 명당 40분 안팎이 소요되는 대정부질문이 평소보다 길어지자 본회의장에선 더민주 의원들로부터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 적당히 하시라”는 원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임이자 새누리당 의원은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을 읽으며 시간을 끌기도 했다.

이재정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오후 본회의를 하기 직전 김도읍 원내수석이 정부 관계자들을 대거 소집해 시간끌기를 목표로 한 ‘답변 늘리기’를 지시하는 것이 (더민주) 의원들과 다수의 당 관계자들에게 목격됐다”며 “국회의 정당한 의사진행을 방해하기 위한 다수당의 꼼수가 가관이다”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오후까지도 세월호 특조위 기간 보장 등 ‘협상 카드’만 있다면 타협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은 <한겨레>와 만나 “정진석 원내대표가 우리 당 의원총회장에 찾아오기도 했지만 우리가 퇴로를 만들 명분은 줘야 하지 않겠나. 아무 것도 없이 입만 갖고 와서 협상을 하자는 건 자신들의 명분쌓기를 위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지원 위원장도 “정 원내대표는 ‘야당이 거래하려 한다’고 하지만 그런 관념을 갖고 정치를 하니 이 꼴이 되는 것”이라며 “정치는 대화하고 협상해서 차선의 방법도, 차악의 방법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 의장과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 등 3당 원내대표는 의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해임건의안 상정 합의를 시도했으나 결국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엄지원 박승헌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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