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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저녁먹고 합시다”…새누리당 이번엔 필리‘밥’스터

등록 2016-09-23 20:50수정 2016-09-23 23:24

정진석 원내대표 등 국회 대정부질문 가로막고
“국무위원·여당의원 굶기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국회의장 “새누리당 의총 때문에 늦어졌다”
27분 단상 점거에 결국 ‘30분 정회’ 선포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방해 시간끌기용
총리·장관도 ‘장광설 답변’으로 동참
현안 아닌 통진당 사건 질문에 황 총리 10분 넘게 답변
23일 저녁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앞두고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 도중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등이 “국무위원들에게 저녁식사 시간을 줘야 한다”며 발언대를 점거한 채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정회를 요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3일 저녁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앞두고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 도중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등이 “국무위원들에게 저녁식사 시간을 줘야 한다”며 발언대를 점거한 채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정회를 요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3일 밤 7시51분. 국회 대정부질문이 진행중인 국회 본회의장 단상으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필두로 10여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밀려들었다. 정 원내대표는 대뜸 “사회권을 왜 넘기지 않느냐”고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항의했다. 새누리당 소속인 심재철 국회부의장에게 의장이 가진 사회권을 넘기라는 것이었다. 이어 “국무위원들이 저녁도 못 먹었다. 국무위원들은 저녁식사할 권리도 없느냐”고 따졌다. 이날 오전과 오후 내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에 대응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열어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집단 성토한 새누리당은,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자 결국 ‘저녁식사 필리버스터’라는 초유의 시간끌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정 의장은 “새누리당 의총 때문에 이렇게 된거 아니냐? 회의 방해하지 말라”고 했지만, 정 원내대표는 “국무위원들을 굶기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국회에 오점을 남기지 마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장은 대정부질문 차례였던 새누리당 김석기 의원이 여당의 점거로 단상에 오르지 못하자 “김석기 의원, 질문 안 하시면 질문 기회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의회독재가 벌어지고 있어요. 이런 적이 없었어!”라고 소리쳤다. 정 원내대표는 “30분만이라도 밥 먹게 하세요. 오랫 동안 확립된 국회 전통에 따라서, 왜 우리가 식사를 못하고 있습니까? 정회하세요”라고 거듭 요구했다. 그는 “제가 집권여당의 원내사령탑입니다. 식사권을 보장해줘야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장은 지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의총을 하느라 2시간30분, 국무위원들이 (일부러) 길게 답변한 거 아니냐”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답변을 길게 하는 것을 권장해야지, 그걸 의장이 문제 삼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저희들도 밥 좀 먹어야 겠다”고 했다.

지팡이를 짚고 정 원내대표 옆에 선 심재철 부의장도 정 의장을 향해 “한번은 (사회) 기회를 주셔야죠”라고 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지원사격을 했다. 정 의장은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상의하라”고 했지만, 정 원내대표는 끝내 단상 점검를 풀지 않았다.

결국 밤 8시26분, 정 의장은 “밤 9시까지 정회한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저녁식사 투쟁’을 벌인지 27분만이었고, 새누리당은 30분간의 저녁식사 시간을 벌었다. 국회 대정부질문은 그만큼 더 늦어졌고,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도 늦어지게 됐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인도적 차원에서 30분 정회하고 식사했으니 인도적 차원에서 (수해를 당한) 북에 쌀을 지원하자”고 꼬집었다. 김종인 전 더민주 대표는 “밥을 못 먹으면 의회독재인가? 여소야대는 불가항력인데 저런 식으로 막는 것은 무슨 꼴이냐”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예정돼 있던 국회 대정부질문은 아침 9시부터 시작한 새누리당 의원총회가 계속되며 결국 오후 2시로 미뤄졌다. 대정부질문 답변자로 나선 국무위원들은 평소 단답형 대답을 버리고 ‘장광설 답변’으로 여당의 시간끌기에 동참했다. 국회법상 질문자인 국회의원의 발언시간은 15분으로 정해져 있지만 국무위원 답변시간에는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전날까지 의원별로 30분 안팎에서 끝났던 대정부질문 시간은 한없이 늘어졌고,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질문은 짧게 하고 황 총리의 긴 답변을 듣는 방식으로 55분을 끌기도 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의 긴 답변이 반복되자 질의자로 나선 야당 의원들로부터 “그렇게 길게 설명하면 힘들지 않느냐”는 힐난을 듣기도 했다.

밤 10시30분께 대정부질문에 나선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은 황 총리를 상대로 ‘현안’이 아닌 이미 2014년 12월 해산한 통합진보당 사건을 다시 질의했고, 법무부 장관으로 통진당 해산을 주도했던 황 총리는 자신의 ‘전공 분야’가 나오자 10분 넘게 답변을 이어가기도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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