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영화진흥위원회가 예술영화로 채택한 ‘일본패망 하루 전’ 한 장면. 영화사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전범들을 피해자로 미화하는 영화에 예술영화 인정심사에서 최고점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0일 보도자료를 내어 “<일본패망 하루 전>이라는 영화가 지난 8월5일 영진위의 제14차 예술영화인정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로 예술영화에 채택됐다”며 “해당 영화는 태평양전쟁을 배경으로 일제 항복 당시의 내각과 군부의 모습을 다룬 영화로, 당시 전범이었던 일본을 피해자로 묘사하는 전형적인 일본식 전쟁미화 영화”라고 밝혔다. 매달 7명의 심사위원이 점수를 매기는 예술영화 인정심사에서 <일본패망 하루 전>은 총점 28점에 26점을 받았다. 8월 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 사업 작품으로 채택된 국내 영화 <최악의 하루>(25점)나 개봉당시 11개 영화제에 노미네이트된 <500일의 섬머>(25점)보다 높은 점수다. 예술영화에 선정되면 영진위의 지원을 받는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우선 상영할 수 있다.
<일본패망 하루 전>은 1967년 만들어진 소설 원작의 <일본의 가장 긴 하루>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일본의 가장 긴 하루>는 당시 외국의 평론가들로부터 '군국주의를 희석시킨 영화'라는 비판을 받았던 작품이다. 노 의원 쪽의 설명을 들어보면, 해당 영화는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군국주의에 대한 언급 없이 개인 또는 나라의 비극을 강조해 일본 스스로를 희생자로 표현하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일제 항복에 끝까지 반대하며 할복한 아나미 고레츠카(당시 육군 대신), 히로히토(당시 일왕), 중일전쟁과 러일전쟁에 해군 장교로 참전했던 스즈키 간타로(당시 내각 수상) 세 명이다. 이밖에 A(에이)급 전범인 도조 히데키가 등장하고, 일왕의 항복 결정을 ‘성단’이라고 표현하는 등 우경화된 역사인식을 드러낸다는 게 의원실의 설명이다.
노 의원은 “해당 영화가 예술영화로 채택된 것은 광복절이 있는 8월로 이를 예술영화로 채택하는 것은 국민감정에 반한다”며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일본의 태도를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으로, 청소년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짚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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