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위 국감
보건의료재단 홍보영상·책자 제작
사전 선정 이후 수의계약 정황
보건의료재단 홍보영상·책자 제작
사전 선정 이후 수의계약 정황
광고감독 차은택씨와 밀접한 관계로 알려진 광고기획사 ‘플레이그라운드 커뮤니케이션즈’(플레이그라운드)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5월 아프리카 순방을 앞두고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보건의료재단)의 홍보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따낸 일이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은 “계약서 작성 전에 미리 업체를 선정해두고 수의계약으로 구색만 맞춘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차은택씨는 미르재단 설립과 인선에 개입하고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관련 문화행사를 독점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보건의료재단은 박 대통령이 5월26일 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떠나기 2주일 전 플레이그라운드와 9900만원에 동영상과 책자를 제작하는 용역계약을 맺었다. 코리아에이드 사업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소녀들을 위한 보건교육 용도였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보건의료재단이 지난 5월12일 플레이그라운드와 계약을 맺었는데, 교육용 책자는 계약 전인 10일에 제작이 완료됐다. 계약 당시 플레이그라운드가 제출한 견적서에는 날짜도 직인·도장도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에티오피아·우간다 등 4개국 언어로 된 동영상은 계약 8일 만에 납품됐다”며 “업계에서는 이런 동영상을 8일 만에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한다. 계약 이전에 구두로 (미리 계약을)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약이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도 “대통령 순방이 6월1일에 끝나는데, 계약서에 납품 제작 완수일은 6월2일로 돼 있다. 서류가 엉터리”라며 “또 보건의료재단이 플레이그라운드에 준 과업 지시서에는 추진 배경에 ‘케이프로젝트’가 등장한다. 보건의료재단 관계자가 미르재단이 주도한 케이프로젝트의 일환임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실은 3월 중순경부터 청와대 등의 지시로 특혜를 준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인요한 보건의료재단 이사장은 사전에 구두계약이 이뤄졌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3월에 실무진이 (아프리카에) 다녀와서 이 업체하고 주요 부처가 일을 하니까 우리가…(이야기했다)”라며 “(고위층의) 강압이나 특혜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준 데 대해서는 “5월에 긴급하게 빨리 결재가 올라가야 했는데, 공모를 제대로 하면 2~3달이 걸린다”고 해명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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