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새누리당이 거국중립내각 카드를 꺼내들자, 야당이 딜레마에 빠졌다. 이제 막 개시된 ‘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짜맞추기’라는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여당의 ‘시간벌기’ 전략에 빠져들어선 안된다는 정무적 판단과, 그래도 국정을 수습하기 위해선 거국내각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정치적 책임이 엇갈리면서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0일 당 최고위 회의 뒤 브리핑을 열어 “지금 중요한 것은 거국내각이냐 책임총리제냐 같은 권력구조를 둘러싼 얘기보단 헌정파괴·국정농단·국기문란이 발생했는지 여부”라며 “새누리당의 제안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솔하게 ‘본인부터 조사받겠다, 성역없는 수사를 지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한겨레>와 만나 “새누리당의 주장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며 “(거국내각을 수용하면) 최순실씨 귀국의 배경을 밝혀야 하는 국면이 인사 국면으로 전환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등 야권의 주요 인사들이 이미 거국내각을 현 정국의 해법으로 제안했음에도 이날 야당 지도부가 여당의 제안을 일축한 것은 그 배경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진실 규명에는 미적거리면서 이날 발표된 청와대 참모진 개편 등과 함께 여론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여야가 총리 인선 등을 함께 논의하게 되면, 야당이 주도권은 확보하지 못한 채로 책임만 공동으로 지게 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날 열린 민주당 최고위에서도 일부 최고위원들은 “새누리당의 제안을 수용해 제대로 된 거국내각을 꾸리자”고 제안한 반면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등은 “국민의 분노를 푸는 게 선결조건이고, 새누리당의 제안은 야권을 분열시키려는 술책”이라고 강경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새누리당 쪽에서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와 손학규 전 고문에게 총리직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 안팎이 술렁였지만, 두 사람 모두 곧바로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며 오보로 무마되기도 했다.
엄지원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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