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걸어나오고 있다. 맨앞은 김종인 전 대표.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냐, 거국내각이냐.
‘최순실 게이트’로 수렁에 빠진 국정을 바로잡기 위한 방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이 고민에 잠겼다. 당내에선 ‘하야론’과 ‘거국내각론’, ‘단계적 퇴진론’ 등 저마다의 주장이 쏟아지는 가운데 일부 중진의원들은 여당 내 ‘비박계(비박근혜계)’와 국회 차원의 비상시국회의를 꾸리는 방안을 제안하고 여야 대화를 시작했다.
민주당은 3일 아침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정국 해법을 논의했다. 2시간30분 동안 이어진 의총에서 21명의 의원이 발언에 나서, 거국내각 구성부터 대통령 하야 촉구까지 다양한 입장을 쏟아냈다. 의총에서는 먼저 박 대통령에게 ‘국회가 추천하는 책임총리’ 인선 등 합리적 요구조건을 제시한 뒤, 청와대가 이를 거부하면 퇴진투쟁에 나선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 브리핑에서 “국민이 (하야·탄핵을) 요구하는 마당에 ‘된다, 안된다’ 말할 처지가 아니다. 다만 우리는 ‘단계별 요구’의 형태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당내에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상민·홍익표·이인영·김현미 의원 등 모두 32명이 이날 오전과 오후 잇따라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민주당 의원들이 박 대통령이 물러날 것을 공개 요구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 대선까지의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됐다. 민병두 의원은 “친박을 제외한 모든 정치세력을 하나로 묶어내 국회가 추천하는 거국내각 구성을 위한 원탁회의를 가동하자”며 4개월 뒤 박 대통령이 사임하고 이후 2개월 안에 대선을 치르자는 ‘6개월 거국내각’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의 박영선·민병두·변재일 의원과 새누리당 정병국,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 등 여야 중진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비상시국회의 구성을 둘러싼 논의를 시작했다.
국민의당도 박 대통령의 탈당에서 거국내각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접근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여야 3당 대표들과 만나 거국내각 관련 총리를 합의하고, 그 총리가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지금 국민과 시민단체, 또 여러 정당에서 요구하는 하야를 막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별개로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연일 박 대통령의 ‘퇴진’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간절히 호소한다. 버리라. 국민이 대통령을 완전히 버리기 전에 모든 권력과 권한을 내려놓으라”고 촉구했다.
야권은 ‘거리’로 나가는 방안도 고심중이다. 주말인 오는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고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이 야당 장외투쟁의 기로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공동장례위원장 자격으로, 소속 의원들은 장례위원으로 참석한다. 영결식이 자연스럽게 박 대통령 퇴진 요구 집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야당 의원들이 이에 동참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엄지원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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