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안철수·박원순 “하야”
문재인·안희정·김부겸, 당과 보조
“각자 처지따라 움직이는 상황”
문재인·안희정·김부겸, 당과 보조
“각자 처지따라 움직이는 상황”
5일 20만명이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운집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가운데, 야권 대선주자들의 행보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본질적으론 ‘퇴진’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지만, 속도에 있어선 즉각 사임을 촉구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상임대표부터 신중론을 내세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각자의 정치적 처지에 따라 ‘선명성’과 ‘책임성’ 가운데 한쪽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평가된다.
야권의 대선주자 가운데 박 대통령 퇴진을 앞장서 견인한 쪽은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 시장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첫번째 사과를 한 이튿날인 지난달 26일 “대통령은 하야(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해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시장의 지지율이 3~4%포인트가량 급등하며 박원순 서울시장을 제치고 안철수 전 대표를 바짝 뒤쫓게 된 것이 이 즈음이다.
지난 2일 청와대의 기습적인 개각 발표 직후 안철수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도 퇴진론에 합류했다. 위태로운 정국에서 박 대통령이 다시 한번 ‘불통’을 택하면서 퇴진 주장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아울러 부동의 야권 1위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의 ‘차별화’라는 정치적 고려도 엿보인다.
실제로 5일 열린 고 백남기 농민 영결식에서 추도사 낭독에 나선 박 시장은 “불의한 권력의 정점에 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기필코 이뤄내겠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12일 열릴 ‘민중총궐기’ 집회 때 경찰이 (물대포 용도로) 요청한 서울시 소유의 소방전 사용을 불허했다”고 알리며 현직 서울시장으로서의 강점을 과시하기도 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재명 시장과 박원순 시장은 모두 문재인의 ‘보완재’보다는 ‘대체재’의 성격이 강하다. 문 전 대표와 지지기반이 겹치는 만큼 보다 선명한 입장을 내놓으며 기반을 다져갈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표는 섣불리 ‘탄핵·하야’를 주장하지 않고 당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지난 4일 ‘국회 추천 총리를 중심으로 한 거국중립내각 구성, 대통령 2선 후퇴’ 등을 요구한 문 전 대표는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중대 결심’을 내리겠다며 박 대통령에게 최후통첩을 띄운 상태다. 그는 5일 고 백남기 농민 영결식엔 참석했지만, 촛불집회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문 전 대표 쪽은 “정치적 책임의 무게가 있는 만큼 우선 기다린 뒤에 ‘중대 결심’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도 ‘신중론’ 그룹에 가깝다. 당장 눈에 띄는 지지를 끌어모으진 못하더라도 안정적인 리더십을 드러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안 지사 쪽은 “정략적 판단을 통해 신중론을 택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정치지도자로서 냉정하고 이성적인 면을 드러낼 수 있다고 본다. 정치권의 말이 꼭 국민의 말과 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 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누구의 판단이 옳고 그르냐로 가치 평가하기는 어렵고 각자의 정치적 처지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도층에서마저 탄핵·하야 주장이 나오는 만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데다 일부 야권 주자들에겐 (대선) 판이 흔들리는 게 낫다는 셈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