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야3당 대표들이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7일 야 3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공조에 합의하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제안으로 이번 주말 야권 ‘잠룡’들도 한자리에 모이기로 약속하면서, 야권의 대통령 퇴진투쟁이 한층 힘을 받게 됐다. 하지만 각 당과 대선주자들이 내놓는 해법에 조금씩 차이가 있어, 이를 좁히는 게 ‘박근혜 퇴진 공조’에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 대선주자 첫 회동…각자 로드맵은 달라】 오는 20일 야권 주자들의 오찬회동이 성사된 것은 안 전 대표가 ‘정치지도자 회의’ 구성을 제안하면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모두 저마다의 해법을 내놨지만 머리를 맞대고 사태 수습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처음이다. 다만 각 주자가 박 대통령의 퇴진을 놓고 제시하는 로드맵의 속도와 방향은 모두 달라 쉽게 합의에 이를지 의문이다.
당장 논의기구의 참여 범위를 두고도 안 전 대표는 여권을 포함한 정치지도자로 구성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일부 주자들은 여당을 포함하는 데 부정적이다. 문 전 대표는 ‘야당·시민사회·지역사회’를 포괄한 비상기구를 제안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야 3당 대표와 주요 정치인, 사회 원로가 참석하는 ‘비상시국 원탁회의’를 제안했다. 아직 회동 참석 여부를 답하지 않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의 사임보다 ‘책임총리 임명과 대통령 2선 퇴진’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무엇보다 실질적이고 허심탄회한 논의가 진행되려면 각 주자들이 대선을 염두에 둔 ‘주도권’ 욕심을 내려놓는 일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 3당 회동선 구체적 공조방안 못 내놔】 지난 9일 이후 8일 만에 재개된 이날 야 3당 대표회동은 주도권 다툼을 넘어선 구체적 공조방안을 만들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과 철회 파동 과정에서 벌어진 야당끼리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모양새였다.
이날 야 3당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 전개 △검찰에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한 수사 촉구 △특별검사 추천과 국정조사에 철저한 3당 공조 △시민사회와의 협의 등 네 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미 각 당이 진행하고 있는 범국민 서명운동조차 방식을 통일하지 못한 채 각자 진행하기로 하는 등 실질적으로 합의된 내용이 없어 사실상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둔 회동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추 대표가 제안한 ‘시민사회와의 비상시국기구 구성’에 대해선 나머지 두 야당이 “각각의 역할이 있으니 협력해나가자”는 데서 논의가 그쳤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박 대통령과의 회담에 대해선 추 대표 등이 “시기적으로 이르다”며 거리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각자가 들고온 제안이 모두 불발된 셈이다.
만남의 물꼬를 다시 튼 만큼 세 야당의 공조는 19일 전후 최순실씨의 기소와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청와대와 친박계가 반격에 나서고, 이번 주말 최씨 기소를 앞둔 시기에 야 3당이 공조를 천명한 것은 검찰수사에 압박을 가한다는 취지에서 의미가 있다”며 “기소와 촛불집회 상황을 지켜보며 2단계 공동행동을 내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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