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22일 탈당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여당에서 주요 정치인이 탈당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동의하는 비박근혜계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탈당에 공감하며 시기 등을 놓고 고민하는 이들도 있어, 연쇄 탈당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1일 남경필 지사 쪽 관계자는 “22일 오전 남 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 등 친박계 지도부가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버티는 상황에서, 당내에서는 더 이상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당내에서 수습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건전한 보수정당으로서 새누리당은 사실상 사망했으며, 당을 떠나 새로운 보수의 활로를 찾겠다는 게 이들의 구상이다. 남 지사는 전날 열린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 회의에서도 참석자들에게 “지도부가 사퇴를 거부하면 (비박계 중심의) 비상시국위원회 의원들이 탈당하는 데 뜻을 모으자”고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 의원들이 당장 탈당하는 데 부정적이어서, 결국 뜻을 같이 하는 김용태 의원과 둘이서 ‘선도 탈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남 지사와 김 의원에 이어 추가 탈당이 즉각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비박계 안에는 “탈당을 하려면 더 큰 잘못이 있는 친박계가 나가야지 왜 우리가 나가느냐”는 의견부터, “탈당하더라도 국회 교섭단체(의원 20명 이상)를 구성할 정도의 규모가 돼야 탈당 효과가 있다” 등 입장이 다양하다. 비박계 큰 축인 김무성 전 대표는 탈당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도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한 비박계 중진 의원은 <한겨레>에 “탈당 말고는 방법이 없다”면서도 탈당 시기에 대해서는 “빨리 해야 한다”고 말할 뿐 구체적인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하지만 야당이 주도해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투표에 돌입할 경우 비박계에서 추가 탈당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같은 당 소속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것에 정치적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박계가 탄핵과 함께 박 대통령 출당·제명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 깔려 있다. 비상시국위원회 소속 의원 29명은 이날 박 대통령 징계요구서를 당 윤리위원회에 제출했다. 황영철 의원은 ‘윤리위 제소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탈당을 결심하는 의원들이 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가지 고민을 하는데 이 싸움이 짧은 싸움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갖는다. 다만 남 지사와 김 의원의 선도 탈당은 지금 상황의 위중함을 국민에게 알리는 주춧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비박계의 탈당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정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배가 기운다고 먼저 뛰어내려봤자 죽음의 바다다. 당이 어려워지니 살겠다고 당을 떠나면 면죄부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됐다”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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