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주류 인사들로 이뤄진 비상시국위원회가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정병국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나경원·김재경·심재철·강석호 의원.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190만 촛불민심’을 확인한 새누리당 비주류 세력과 탈당파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새누리당 내 비주류 회의체인 비상시국위원회와 ‘새누리당 탈당의원 모임’은 27일 각각 회동을 하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정기국회(12월9일 종료) 안에 처리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탄핵에 반대하는 이정현 대표나 야당의 탄핵 일정표에 제동을 걸고 있는 정진석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와는 다른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시국위원회 회의에는 김무성·정병국·유승민·나경원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이 회의체의 대변인격인 황영철 의원은 “비상시국위원회는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개헌 등 어떠한 조건도 붙이지 않겠다. 우리는 야당이 제시하는 일정대로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 의원은 다만 탄핵안 표결 날짜에 대해 “12월2일보다는 9일이 적절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5일 현재 탄핵에 찬성하는 새누리당 의원이 40명 이상이라고 밝힌 비상시국위원회는 이날은 추가로 파악된 인원을 밝히지 않았다. 황 의원은 “야당이 낸 탄핵안이 통과할 확신만큼은 우리가 만들어내겠다. 야당은 명단 제출을 요구하지 말고, 우리의 진정성을 믿고 움직여달라”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 비박계와 접촉해본 결과 탄핵 동조자가 60명이 넘는다”고 말하기도 했으나, 황 의원은 “박지원 원내대표가 개인적으로 새누리당 의원들과 나눈 얘기를 근거로 마치 우리 비상시국위원회가 박 원내대표의 요구를 처리해주는 것으로 비쳐지는 말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비상시국위원회는 새누리당 내 ‘인적 쇄신’도 거론했다. 황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국정농단의 부역자들, 그리고 당의 비민주적 퇴행과 추락에 책임있는 인사들의 명단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부분을 많이 자제해왔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논의할 때가 되었다”고 밝혔다.
남경필 경기지사, 김용태 의원, 정태근·이성권 전 의원 등 10명이 모인 ‘새누리당 탈당의원 모임’도 국회에서 회동한 뒤 “12월9일까지는 탄핵안이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개별 의원들이 탄핵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성권 전 의원은 “촛불민심은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하는지를 궁금해한다. 국회의원들이 이를 밝히지 않는 것은 국민들 요구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말했다. 남경필 지사는 탄핵 의사를 가장 적극적으로 밝히는 방법이 ‘새누리당 탈당’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도 탄핵과 개헌 연계론을 고수했다. 정 대표는 페이스북에 “탄핵 다음 국면은 대선이다. ‘선 탄핵 후 개헌’은 허구”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남 지사는 “개헌 논의는 탄핵 정국 이후에 시작해야 국민들도 개헌을 정치공학적 셈법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한 시스템이라고 평가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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