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관련해 “대통령이 국회에 넘겨준 걸 국회가 (합의하지) 못하고 있으면 무기력한 집단으로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자신의 사퇴 문제를 국회로 떠넘긴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은데도, 이 대표는 거꾸로 국회 책임론을 꺼내며 야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일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정치권이 진단해서 대통령이 내려놓기로 했다. 그럼 국회가 능력이 있음을 보여줘야 된다. 국회가 무기력함을 보인다면 국민은 절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대통령이 넘겨줬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못하고 있으면 아마 무기력 집단으로 지탄받게 될 것이고, 70년 된 국회의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의 사퇴 시점을 정하는 게 마치 국회의 의무라는 논리를 폈다. 그는 “(대통령이) 사퇴 시점을 지정하라(고 주장하는) 이 부분은 국회가 정말 자신들의 역할을 오히려 포기한 거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에게 모든 걸 의지해 대통령만 바라보는 게 국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회가 무기력 집단이 아니고 피해의식에 젖어있는 집단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걸 대통령에게 맡기면 국회는 뭐하겠다는 건가. 대통령이 해달라 했으면 국회가 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이 마치 어느 정권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처럼 표현하며 ‘촛불 민심’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그는 “어떤 정권이든 권력 주변에 항상 이런저런 일이 나올 수 있는데, 그때마다 촛불 형태로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사퇴를 (주장)한다고 그러면 국정이 안정될 수 없고, 또 그런 선례가 되면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유사한 일이 생기게 되면 같은 요구를 하게 된다. 그런 식으로 국가가 계속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12월 말을 사퇴 시한으로 제시한 이 대표가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사퇴 의사를 거둬들일 수 있다는 발언도 나왔다. 조원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탄핵에 들어가면 지도부 사퇴를 못 한다. 사퇴할 수 없다. 탄핵에 들어가면 우리가 내놨던 로드맵도 다 거두겠다”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