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문재인의 호소-국민은 이깁니다’라는 주제로 연설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지 못하면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구로서 자격이 없다”며 정치권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비박근혜계의 이탈과 야권공조 균열로 국회가 이날 탄핵 표결에 나서지 못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낮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현장연설회를 열고 “오늘 약속된 탄핵이 국회에서 무산됐다. 탄핵에 함께 참여하겠다고 약속한 비박계의 배신과, 비박계를 설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일부 야당의 반대 때문에 어제(1일) 탄핵안을 발의하지 못했다”며 “온국민의 뜻이 대통령의 즉각 퇴진으로 모이는데도 국회가 탄핵을 하지 못하면 촛불은 국회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질의응답을 포함해 1시간 가량 연설을 이어갔다. ‘문재인의 호소’라는 이날 행사에 대해 문 전 대표 쪽은 “박 대통령 담화 이후 흔들리는 정치권에게 촛불 민심의 엄중함을 전하고, ‘탄핵을 무산시키려는 어떤 시도에도 단호히 맞서겠다’는 의지를 밝히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새누리당 비박계의 탄핵 동참을 압박하기 위한 취지라지만, ‘정치적 해법’을 강조해온 유력 정치인으로서 아쉬운 처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문 전 대표는 정치인이자 유력 대선주자임에도 정치인으로서의 책무보다 촛불시민의 메신저로 국회 앞에서 정치권을 압박하는 것이 합당한 모양새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쪽은 “흐트러진 탄핵전선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모여든 이날 행사에서 일부 의원이 노골적으로 내년 대선을 의식한 ‘문재인 지지 호소’ 발언을 한 점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김병기 의원(민주당)은 발언에 나서 “앞으로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 저는 한 사람을 알고 있다. 세상 사람 모든 사람이 부패한다 해도 그 분은 부패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분들이 조금만 도와주신다면 그 분은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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