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새누리당 방미특사단이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인수위원회와 공화당 주요 인사들과 연쇄 면담을 위해 5일 오전 인천공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방미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9일 새벽 귀국 예정으로 이번 방미 일정은 탄핵 표결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백승주, 윤영석, 안상수, 원유철, 이혜훈, 김세연 의원. 연합뉴스
새누리당 의원 6명으로 구성된 ‘방미 특사단’이 누리꾼들의 매서운 눈총을 받고 있다. 5일 오전 미국으로 출국한 이들의 귀국 날짜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표결이 예정된 ‘9일’로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귀국 항공권을 공개하라”며 압박하고 나섰고, ‘9일 새벽 5시 도착’이라는 답변을 얻어낸 뒤에도 “제 시간에 돌아오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원유철·김세연·안상수·이혜훈·윤영석·백승주 의원 등 6명으로 구성된 새누리당 방미 특사단은 이날 오전 10시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쪽과의 협력 논의를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2박 5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으로 떠났다. 이에 누리꾼들은 “9일 탄핵 표결에 불참하려는 ‘꼼수’ 아니냐”며 반발했다.
특히 특사단 가운데 탄핵 표결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비박계 김세연(부산 금정), 안상수(인천 중·동·강화·옹진), 이혜훈(서울 서초갑) 의원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가 매서웠다. 이혜훈 의원이 출국 전날인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9일 새벽 서울에 도착해 오후에 있을 탄핵 표결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하자, 한 누리꾼은 “워싱턴에서 인천으로 오는 항공기는 하루에 1편 밖에 없고, 그 항공기(KE094)는 8일 오전 12시께 출발해 9일 오후 5시께 도착한다”는 글을 커뮤니티에 올리며 반박했다. 해당 글은 인터넷 등에서 급속도로 확산됐고, 이 의원과 의원실에는 누리꾼들의 거센 항의가 빗발쳤다. 몇몇 누리꾼들은 지난 11월 유출된 이 의원의 휴대전화번호를 통해 항의 문자 등을 보내 항공편 공개를 요구했다. 김세연 의원의 홈페이지에도 ‘지역구 주민’이라고 밝힌 누리꾼들이 “특사단 출발 전 탄핵에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 달라”는 요청이 쏟아졌다.
결국 이 의원은 5일 오전 11시께 SNS에 “워싱턴이 아닌 뉴욕에서 출발한다”는 세부 일정을 공개했다. 이 의원실 쪽에서는 “만일 비행기가 연착할 경우 다른 비행기를 타고서 표결 전에 귀국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방미특사단은 뉴욕 존에프케네디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KE086)를 이용해 9일 새벽 5시께 인천공항에 도착할 계획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특사단에 참여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남겼다. 박 의원은 4일 SNS에 “9일 새벽 귀국한다고 했는데,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라는 글을 올렸고,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특사단에 참여한 비박 의원들과의 통화에서 ‘탄핵 가결에 반드시 동참하겠다’는 대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유덕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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