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소속 의원, 당직자들이 5일 저녁 국회 의사당 앞 계단에서 촛불로 `탄핵'이란 글자를 만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아침이슬’을 부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본궤도에 오른 ‘탄핵열차’가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권의 명운을 가를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5일 야권은 24시간 총동원 체제에 돌입했다. 야 3당 모두 탄핵의 성패를 가를 운명의 ‘100시간’에 정치생명을 건다는 각오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헌법상의 절차에 따른 국정 정상화의 유일한 해법은 탄핵으로, 오직 탄핵에만 집중하겠다”며 “당내에선 이미 (부결시) 국회를 우리가 스스로 해산하자는 각오로 임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런 것까지 포함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핵 이후’에 대해서는 “로드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표결을 앞두고 배수진을 치고 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우리는 루비콘 강을 건넜고 탄핵의 외길만 남았다”며 “죽음을 각오하고 총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앞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 등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준엄하게 탄핵을 받아야 한다. 탄핵이 의결되면 딴말 말고 즉각 사임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9일 전에 4차 담화를 하겠다는데 또 다른 제안을 할지 모른다. 무슨 제안을 하더라도 탄핵을 모면하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이날 <제이티비시>(JTBC)에 출연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 아니라면 탄핵밖에 없으며, 당장 탄핵으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이 국가를 살리는 길”이라며 “탄핵 표결에 들어가야만 한다. 지금 광장에서 국민의 요구는 즉각 퇴진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압도적인 촛불 민심이 확인된 만큼 야권은 표결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물밑에서 설득하면서도 한편으론 민심을 지렛대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계산은 도박사나 평론가가 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국회의원이라면 탄핵 부결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김동철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금이라도 탄핵 대열에 동참해 역사와 국민 앞에 죄를 짓지 않도록 촉구한다”고 말했다.
야 3당은 9일 표결에 들어가기까지 국회를 24시간 가동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날 2시부터 국회 본관 중앙홀에서 ‘100시간 대국민 릴레이연설’에 돌입했다. 의원·당직자들이 총출동해 각각 1시간씩 100시간의 팟캐스트를 이어간다. 첫 주자로 나선 김영주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을 향해 “(탄핵안이 처리되는) 이번주 금요일까지 2014년 4월16일에 그랬던 것처럼 관저에서 나오지 마시라”고 촉구했다.
국민의당 소속 의원과 당직자들이 5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대회’를 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민의당은 이날부터 국회 본관 앞 잔디밭에 텐트를 설치하고 연좌농성을 시작하기로 했다. ‘탄핵열차 300’이라고 이름붙인 텐트를 점차 국회의원 정족수(300명)만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우리 당의 의원과 지역위원장이 농성에 참여하고, 8일부터 몰려들 시민들에게도 잔디밭을 개방하도록 국회의장과 사무총장에게 요청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의 탄핵 동참을 독려하기 위해 각자 친분이 있는 의원에게 ‘탄핵의 꽃’을 전달하기로 했다.
정의당 당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즉각 탄핵'' 을 촉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회 정문 앞에서 이미 지도부를 중심으로 농성을 시작한 정의당도 9일까지 ‘풍찬노숙 끝장농성’을 이어간다. 매일 저녁 국민과 함께 하는 촛불집회, 릴레이 시국연설 등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야 3당 의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합동 의원총회도 거론되고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각 당의 사정이 달라서 아직 방안을 논의중이다”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