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계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훈현 새누리당 의원(비례대표)에게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명확한 찬성 뜻을 밝히라는 바둑팬들의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친박인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영입했으나 친박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그러나 최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탄핵에 대한 국회의원들 입장’ 명단에 ‘탄핵 주저’의원으로 포함됐다.
조 의원이 “탄핵을 주저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SNS에는 ‘조 9단의 팬’이라고 밝힌 누리꾼들의 “탄핵 찬성” 요청이 쏟아졌다. 바둑팬들답게 ‘바둑 격언’을 이용한 풍자가 많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했는데, 조 의원이 장고를 하고 있다” “‘대마는 죽지 않는다’는 격언이 있는데, 박 대통령을 ‘대마’로 보는 것 아니냐” “조 9단이 ‘초읽기’에 몰렸다” “전투적인 기풍으로 유명했던 조 9단이 ‘최순실 게이트’ 앞에서 나약해졌다” 등이다. 한 누리꾼은 조 의원의 페이스북에 “조 의원이 ‘국수’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공정한 룰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니겠는가. 조 의원의 한 수로 어지럽혀진 나라의 판을 바꿔 달라”는 댓글을 달았다.
‘전 연구생 출신 사회인 그룹’ 등에서 활동하는 바둑인들은 “이젠 국민을 대표하게 된 ‘한국바둑의 아버지’인 조 의원이 ‘수읽기’에 해당하는 ‘국민의 뜻 읽기’를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오마이뉴스>의 한 시민기자는 ‘조훈현 국수님, 탄핵소추안에 찬성해주십시오’라는 편지 형식의 칼럼을 통해 조 의원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과거 바둑 프로기사를 꿈꿨던 바둑인이었다”고 밝히며 “바둑계 발전을 위해 총선에 출마했던 조 의원 행보를 기대했었지만, ‘국회의장실 점거’ ‘미르·K스포츠재단 증인 출석 저지’ 행보를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조 의원이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표명을 주저하는 것을 봤는데, 한국 바둑계의 영웅이 국민의 뜻에 따라 올바른 선택을 한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으로, 그를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 10월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최순실·차은택씨의 증인 채택을 놓고 표결처리를 저지시킨 바 있다.
조 의원은 바둑 프로기사 시절, 9살로 세계 최연소 입단, 국내기사 최초 9단 승단, 통산 157회 우승, 타이틀전 16회 연속 우승 신기록 등을 세워 ‘바둑황제’로 불렸다.
유덕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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