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기위해 국회로 들어서자 시위대가 삼성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5공 비리 청문회’ 이후 28년 만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들이 한꺼번에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6일, 국민들의 시선은 하루 종일 국회로 모아졌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의 청문회에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손경식 씨제이(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 9명이 증인석에 나란히 앉았다.
이들이 이날 아침 국회로 들어서자 국회·기업 관계자, 취재진, 시위자들이 몰려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민원실 입구로 들어서자, 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 ‘반올림’ 관계자들이 이 부회장을 향해 “이재용 구속”을 외쳤다. 정몽구 회장이 들어설 때는 현대차 협력업체인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정몽구를 구속하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이날 출석한 증인 가운데 가장 고령으로 증인석 양쪽 끝에 각각 앉은 정몽구(78) 회장과 손경식(77) 회장 옆자리에는 보조의자가 놓였다. 정 회장 옆에는 변호인인 최찬묵 김앤장 변호사가 붙어 앉았다. 방청석에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과 정진행 현대차 사장 등 기업 관계자들이 자리를 잡고 청문회를 지켜봤다.
여야 의원들은 28년 전 5공화국 때 일해재단 청문회 대상이었던 재벌 총수들의 2세들이 이날 청문회에 줄줄이 출석한 점을 강조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오늘 청문회에 지난 1988년 5공 청문회 때 나온 분들의 자제 6명이 있는데 정경유착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정경유착으로 성공한 습관에 안주해 이제는 최순실의 부역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이 언급한 기업 총수는 이재용 부회장(이건희 전 회장의 아들), 정몽구 회장(정주영 전 회장의 아들), 구본무 회장(구자경 전 회장의 아들), 최태원 회장(최종현 전 회장의 아들), 조양호 회장(조중훈 전 회장의 아들), 신동빈 회장(신격호 전 회장의 아들)이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몽구 회장에게 “선친인 정주영 회장은 5공 청문회에서 일해재단 기부와 관련해 퉁명스럽게 ‘내라고 하니까 냈다’는 명언을 남겼다”며 미르·케이스포츠재단 기부에 청와대 압력이 있었는지 물었다. 정 회장은 “내용을 잘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날 집중 공격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모아졌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 부회장의 모르쇠 답변 태도를 지적하면서 “아직 오십이 안 된 분이 어른들 앞에서 국민들 앞에서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1968년생으로 이날 참석한 총수들 중 가장 젊다. 안 의원은 “이 부회장이 모르겠다, 기억 안 난다, 부족하다, 잘 하겠다 네가지 답변을 돌려막기 하고 있다. 다른 논리적 설명을 못하는 무능한 분이거나 국민을 우롱하는 분이다. 오늘 대답으로는 박근혜 대통령 수준이다. 기분나쁘시겠지만, 그러다 삼성 직원한테 탄핵받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조특위 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오후 질의가 시작되자 “정몽구, 손경식, 김승연 세 분은 고령과 병력으로 오래 계시기 매우 힘들다고 한다. 지금 앉아 계시는 분 모습을 보니 매우 걱정된다”며 일찍 보내주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여야 합의를 한 적 없다. 손경식 회장은 목소리가 우렁차서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 같고, 정몽구 회장도 아직 (이상) 반응을 못 봤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가 이르다는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이들 회장은 오후에도 계속 자리를 지켰다.
이경미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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