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긴장감이 감돌며 시작된 6일 오후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허탈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예상외의 ‘깜짝 발표’도, 파격적인 제안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탄핵을 감수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뜻이 전해지자, 새누리당은 이제는 9일 탄핵소추안 표결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의원총회에서 모았다. 친박계도 포기한 듯, 이견을 달지 않았다.
이날 의원총회는 애초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점심께 새누리당 지도부와 박 대통령의 면담이 갑자기 잡히면서 오후 4시로 미뤄졌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청와대에서 국회로 복귀하자마자 의총장에서 박 대통령 발언을 자세하고 차분하게 소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뜻이 ‘4월에 퇴진할 생각이었는데 탄핵을 하면 끝까지 법리 다툼을 해보겠다’는 것으로 확인되자, 의원들 사이에선 이미 탄핵으로 기울어진 정국을 뒤집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정 원내대표 역시 “지난주 의원총회에서 정해진 ‘4월 퇴진’ 당론이 주말을 거치면서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이미 탄핵 이후를 의식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집권 여당으로서 무력감과 패배주의에 짓눌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9일 탄핵 표결 후에 이 패배주의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 빨라진 대선 시계에 맞춰 심기일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기자들에게 “사실 대통령께서 파격적인 제안을 하면 탄핵 입장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고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핵심은 헌법·법률을 위반한 부분을 인정하고 그 부분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느냐인데 그런 부분을 듣지 못했다. 대통령 인식이 변한 게 없구나,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황영철 의원은 “(박 대통령의 입장과 관련해) 탄핵 표결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의 입장이 시기적으로 늦게 나온데다 전달 방식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석호 의원은 “너무 늦게 입장이 나온 것을 아쉬워하는 의원들이 꽤 있었다. 이제는 당론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당론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없어졌다”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은 “당론을 수용하려면 공식적으로 발표해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하는데, 당 지도부와의 면담 방식을 택한 것을 보면, 대통령 스스로 탄핵을 피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이미 정해진 당론으로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오늘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받은 인상도 당론 고수 쪽이었다”고 말했으나, 대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대표는 의총 중간에 회의장을 나서면서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고, 친박계 이장우 최고위원도 굳게 입을 다문 채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새누리당은 결국 9일 탄핵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찬반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친박계 이우현 의원은 “친박계도 조직적으로 불참하자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탄핵안 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다.
윤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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