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왼쪽에서 둘째)가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현안 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정부 경제사령탑을 두고 ‘유일호 유임’과 ‘임종룡으로 교체’ 사이에서 고민해온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현직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유임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12일 최고위원들 전원이 함께 한 오찬 간담회에서 “경제부총리 문제는 즉각적 교체를 요구하지 않고 지켜보기로 했다”고 윤관석 당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임종룡 금융위원장 또한 그대로 금융위원장 직분을 수행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이다.
윤 대변인은 “유일호 부총리가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임종룡 내정자가 기업 구조조정의 실패로 책임자라는 반론도 있었고, 박근혜 대통령이 내정해놓고 나갔다는 측면과 급하게 바꿀 경우 장관급 이상 인사 두개(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측면을 볼 때 (교체는)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임종룡 내정자로의 교체 문제를 논의했으나, 그가 지난해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참석했을 때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을 알고도 4조2000억원을 지원했다는 의혹의 당사자라는 ‘책임론’과,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금융정책의 대응이 시급한데 금융위원장까지 연쇄적으로 교체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 등 불가론이 다수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팀의 ‘연쇄 교체’ 상황이 벌어지면 인사 책임과 경제 위기에 대해 민주당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국민의당의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경제부총리 문제 확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누구로 할지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면 민주당 뜻을 존중해 협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야권은 ‘유일호 체제’ 유임으로 뜻을 모을 가능성이 높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안 전 대표의 ‘민주당에 위임’ 발언에 공감을 하면서도 ‘임종룡 경제부총리 카드’도 나쁘지 않다는 뜻을 밝혀왔다. 13일 예정된 야3당 대표 회담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총리가 인사권을 마음대로 행사하려 하거나 ‘박근혜 정부 2기’의 행태를 보이고 유 부총리가 이에 동조할 경우 언제든 교체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이날 황 총리가 유 부총리를 유임하려는 취지의 발언을 먼저 하자 야권은 비판을 쏟아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경제 분야는 그간 호흡을 맞춰왔던 유일호 경제부총리 중심의 현 경제팀이 책임지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달라. 금융시장은 변동요인이 많은 상황인 만큼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중심으로 시장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치를 적기에 취해 달라”고 말했다.
윤관석 민주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황 권한대행이 장관급 인사문제를 협치 과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오버’이고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황 총리가 국회와 협의 없이 임의로 박근혜 대통령이 해임을 언급한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유임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고 경고했다.
총리실은 이날 오후 해명자료를 내어 “(황 권한대행의 발언은) 시급하고 해결해야 할 경제 현안이 산적한 점 등을 감안해 현재 유일호 부총리 중심의 경제팀이 혼연일체가 되어 적극 대응하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송경화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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