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친박근혜계가 주축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창립총회에서 서청원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혁신과 통합은 정갑윤 의원, 이인제 전 의원,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새누리당 내 비박근혜계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가 해체를 선언한 날, 친박근혜계는 새로운 모임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을 띄웠다. 탄핵 정국 내내 비박계에게 “분파행위를 하지 말라”며 비상시국위 해체를 요구한 친박계가 대통령 탄핵안 가결 뒤 세과시를 하며 울타리를 강화한 것이다.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출범식에는 친박계 현역의원 37명과 원외 인사 40여명이 참석했다. 민경욱 의원은 “불참한 인원까지 포함해 현역의원이 62명이고, 원외 당협위원장들까지 합하며 총 120명”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창립선언문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북핵의 위험성과 북한인권의 참혹함이 여실히 존재하고, 4차 산업혁명의 도전, 세계 경제침체 등 급변하는 현실 속에 놓여있지만, 우리 보수세력은 그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지 못해 국민들께서 좌절하고 있다”며 해법으로 법치주의 수호와 사회정의 실현, 개헌 등을 내세웠다. 이들은 공동대표로 이인제 전 의원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정갑윤 국회 부의장 등 3명을 추대했다. 이인제 전 의원과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보수의 가치를 더 선명하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출범식의 실체는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의 발언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는 혁신·통합보다는 왕정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상하 관계’, ‘예의’ 등을 강조하면서 비박계를 맹비난하고 ‘친박끼리의 단합’을 강조했다.
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 중요 정책의 권한을 최순실에게 줘서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렸다”면서도 “누구에게나 실수는 있다”고 감쌌다. 그는 비박계를 향해 “우리가 모시던 대통령에 대해 야당보다 더 앞장서서 어느 날 갑자기 침을 뱉고 이러는 것은 안 된다. 부부 간에도, 부모와 자식 간에도 예의가 있다. 우리에게도 상하 관계가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를 상하관계로 규정했다. 또한 그는 ‘대통령의 4월 퇴진, 6월 대선’이라는 새누리당 당론이 비박계 의원들에 의해 폐기된 것이 현 정국을 초래한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가 “몇몇 사람들에 의해 당론이 좌우되고 이런 엄중한 사태가 오도록 한 책임이, 그 사람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서 의원은 또 “(비박계가) 당을 차지하고 대권 후보가 됐을 경우 정치 보복이 일 것”이라며 참석한 현역 의원들에게 “임기가 3년 반 남았다. 흔들리지 마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날 모임의 주인공은 서 의원이었고, 그의 발언은 친박계의 전열 재정비 성격이었다.
이에 대해 비박계의 한 관계자는 “친박은 제도와 시스템에 복무하는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특정 보스에게 충성하는 조폭집단임을 보여준 것”이라며 “김무성 전 대표 말대로 친박은 ‘박근혜의 정치적 노예’다”라고 말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서청원·홍문종·최경환·원유철·정우택·유기준·윤상현·이완영·박맹우·이채익·박덕흠·김기선·이헌승·박대출·김명연 의원 등이 참석했다. 친박계가 공천을 주도한 지난 총선에서 영남 지역에서 당선된 초선의원들(곽상도·최교일·윤상직·강석진·백승주·박완수)과 비례대표 의원들(최연혜·조훈현·강효상·김순례)이 다수 참여했다.
윤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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