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 다음달 공청회…국정원 ‘권한 강화 수정안 배포’
정보기관 인원 재배치등 속셈
인권침해 소지등 문제 여전
정보기관 인원 재배치등 속셈
인권침해 소지등 문제 여전
국가정보원 불법도청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국회 정보위원회가 다음달 6일 국정원 권한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의 테러방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특히 국정원은 조성태 열린우리당 의원과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이 정보위에 각각 제출한 법안을 근거로, 자체적인 ‘수정대안’까지 만들어 의원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6일 밝혀졌다.
<한겨레>에서 이날 확인한 국정원의 테러방지법 수정대안은 △국정원장 소속 아래 대테러센터 설치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출입국, 금융거래 및 통신이용 등 관련 정보 수집·조사 △시설 보호 및 경비를 위한 군병력 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히 대테러센터는 국정원 직원이나 관계기관 공무원으로 구성하되, 조직과 정원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국정원의 수정대안은 또 부칙에서,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해 테러 혐의자에 대한 감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금세탁방지법을 개정해 테러자금을 추적하고 테러자금 거래 정보를 대테러센터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의 이런 내용은 국정원이 지난 16대 국회에 제출했다가 폐기된 법안의 뼈대를 거의 그대로 유지한 것인데, 법안이 통과되면 국정원의 기능과 조직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신기남 정보위원장은 “올 정기국회에서 다룰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불법도청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끝나고 국정원 개혁 방안을 마련한 뒤 검토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보위의 열린우리당 간사인 임종인 의원은 “법안 내용에 문제가 많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법안을 제출한 조성태·공성진 의원의 요청에 의해 공청회는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내부적으로 이번 공청회를 거친 뒤 내년 상반기 임시국회에서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일정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이 2001년 11월 법안을 제출해 2003년 11월 공청회를 거쳐 정보위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란을 벌이다 2004년 16대 국회의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와 법무부는 △국정원의 지나친 권한 강화 △인권 침해 가능성 등을 이유로 테러방지법 제정에 반대했다.
정부는 지난 3월 대통령훈령 제47호를 개정해, 국무총리를 수장으로 하는 국가대테러대책회의, 상임위원회와 국정원 산하에 대테러정보통합센터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은 지난 4월부터 이미 테러정보통합센터를 운용하고 있다.
국정원이 이런 상황에서 굳이 테러방지법을 재추진하는 데는 정보기관 위상 강화, 감축 인원 재배치 등의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환경운동연합,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모두 103개 시민·사회 단체는 ‘테러방지법 제정반대 공동행동’을 결성하고 이 법안의 제정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정치인 ‘면피’-국정원 ‘밥그릇’ 합작 테러방지법 추진 배경과 문제점
“국정원, 절대 권력기관으로 변질”우려 16대 국회에서 파란을 겪었던 테러방지법이 연말 국회에서 다시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국회 정보위원회와 국가정보원이 이 법안의 제정을 새롭게 추진하고 나선 탓이다. 테러방지법의 재추진에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명분이다. 국정원은 2001년 11월 처음 테러방지법을 들고 나오면서 미국의 9·11 사태와 2002년 월드컵의 안전을 내세웠다. 지난 9월부터 정보위 의원들과 국정원에서 테러방지법을 다시 거론하는 것도 7월8일 발생한 영국 런던의 연쇄폭탄 테러와, 이달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연관이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치인들의 경우엔 ‘책임 회피’의 측면이 강하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6일 “실제로 테러가 발생하면 테러방지법 제정에 반대했던 정치인들이 비난을 뒤집어 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요구가 무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반대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둘째, 국정원의 ‘밥그릇’이다. 국정원의 국내 활동 축소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 시대의 흐름이었다. 하지만 국정원 간부나 국정원 출신 정치인들은 국정원이 대테러 업무를 맡아야 한다고 90년대 초반부터 주장해 왔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실은 정보기관의 줄어든 입지를 강화하고, 국내 부문에서 줄인 인원을 어딘가에 소화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가 자리잡고 있다. 정부의 일부 관계자들은 “국정원에 새로운 임무를 줄 필요가 있다”고 ‘밥그릇 이론’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대다수 관련 학자나 시민단체들이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것도 정치인들의 ‘면피주의’와 국정원의 ‘밥그릇’을 꿰뚫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테러방지법 제정반대 공동행동’의 워크숍에서, 발제를 맡은 이계수 건국대 교수와 오동석 아주대 교수, 송호창·장유식 변호사 등은 일제히 “테러방지법이 정보기관을 모든 관계부처 위에 군림하는 새로운 권력기관으로 변질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테러방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이유도 국정원이 테러를 핑계로 검찰과 경찰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규 국정원장은 법무부 장관 때는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다가 국정원장이 되면서 찬성으로 돌아섰다. 통신비밀보호법 등을 개정해 정보기관이 대통령의 승인만으로 통신 감청이나 계좌 열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서의 불법도청처럼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감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시설의 보호 및 경비에 군병력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중대한 결함을 안고 있다. 국정원장이나 대테러센터장이 군병력을 사실상 지휘하도록 하는 것은 대통령의 군통수권에 대한 침해다. 또 헌법상 계엄 절차에 의하지 않고 군을 치안 업무에 동원하는 것이므로, 그 자체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있다.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정치인 ‘면피’-국정원 ‘밥그릇’ 합작 테러방지법 추진 배경과 문제점
“국정원, 절대 권력기관으로 변질”우려 16대 국회에서 파란을 겪었던 테러방지법이 연말 국회에서 다시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국회 정보위원회와 국가정보원이 이 법안의 제정을 새롭게 추진하고 나선 탓이다. 테러방지법의 재추진에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명분이다. 국정원은 2001년 11월 처음 테러방지법을 들고 나오면서 미국의 9·11 사태와 2002년 월드컵의 안전을 내세웠다. 지난 9월부터 정보위 의원들과 국정원에서 테러방지법을 다시 거론하는 것도 7월8일 발생한 영국 런던의 연쇄폭탄 테러와, 이달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연관이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치인들의 경우엔 ‘책임 회피’의 측면이 강하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6일 “실제로 테러가 발생하면 테러방지법 제정에 반대했던 정치인들이 비난을 뒤집어 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요구가 무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반대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둘째, 국정원의 ‘밥그릇’이다. 국정원의 국내 활동 축소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 시대의 흐름이었다. 하지만 국정원 간부나 국정원 출신 정치인들은 국정원이 대테러 업무를 맡아야 한다고 90년대 초반부터 주장해 왔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실은 정보기관의 줄어든 입지를 강화하고, 국내 부문에서 줄인 인원을 어딘가에 소화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가 자리잡고 있다. 정부의 일부 관계자들은 “국정원에 새로운 임무를 줄 필요가 있다”고 ‘밥그릇 이론’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대다수 관련 학자나 시민단체들이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것도 정치인들의 ‘면피주의’와 국정원의 ‘밥그릇’을 꿰뚫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테러방지법 제정반대 공동행동’의 워크숍에서, 발제를 맡은 이계수 건국대 교수와 오동석 아주대 교수, 송호창·장유식 변호사 등은 일제히 “테러방지법이 정보기관을 모든 관계부처 위에 군림하는 새로운 권력기관으로 변질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테러방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이유도 국정원이 테러를 핑계로 검찰과 경찰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규 국정원장은 법무부 장관 때는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다가 국정원장이 되면서 찬성으로 돌아섰다. 통신비밀보호법 등을 개정해 정보기관이 대통령의 승인만으로 통신 감청이나 계좌 열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서의 불법도청처럼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감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시설의 보호 및 경비에 군병력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중대한 결함을 안고 있다. 국정원장이나 대테러센터장이 군병력을 사실상 지휘하도록 하는 것은 대통령의 군통수권에 대한 침해다. 또 헌법상 계엄 절차에 의하지 않고 군을 치안 업무에 동원하는 것이므로, 그 자체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있다.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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