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차기 정부는 참여정부 시즌2가 아니라 ‘촛불공동정부’여야 한다”며 “뜨거운 촛불민심과 연대할 ‘민주연합함대’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경선 준비에 착수하면서 본격적인 대선국면으로 돌입한 가운데 ‘문재인 대세론’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벌 개혁에 실패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킨 참여정부를 재연하는 참여정부 시즌 2로는 촛불이 요구하는 근본적인 개혁을 이룰 수 없다. 재벌에 휘둘리지 않고,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차별과 불공정에 맞서서 촛불민심을 대변하는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은 “정권교체를 반드시 실현하기 위해서는 뜨거운 촛불민심과 연대할 ‘민주연합함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촛불공동정부 구상과 관련해 김주명 서울시 미디어특보는 “연정을 포함한 협력적 정부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공동정부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의 ‘참여정부 재연 불가론’은 사실상 당내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정조준한 발언이다. 박 시장은 이날 “참여정부가 이룩한 많은 업적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시대의 핵심 과제인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에 대해선 민정수석이나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문 전 대표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문 전 대표쪽에 대해 “기득권에 안주한 패권정치”, “모든 권력을 독차지하려는 폐쇄적인 행태” 등 수위높은 비판의 언어를 쏟아내기도 했다. 박 시장은 최근 당내에서 불거진 ‘개헌 전략보고서’ 파문과 관련해 “개헌 문건은 특정 개인(문 전 대표)을 위한 내용들이 분명히 포함돼 있어 이미 우리 민주당 안에서도 20명이 넘는 초선의원들이 문제 제기를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 정파가 당을 독점하고 점거하는 패권주의적 당 운영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이 파동에 대해 추미애 대표가 ‘기관경고’ 징계로 마무리한 데 대해서도 “민주연구원은 경선 룰에 대한 연구까지 하고 있는 기관”이라며 “앞으로 경선의 공정성이 담보될지도 우려하게 만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앞서 9일 문 전 대표가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다른 대선주자들도 함께 국정에 참여시켜 경험하게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과 관련해서도 “패권적 발상”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당과 앞으로 교체되는 정부, 정권이 특정인 누구를 등용하냐의 문제를 떠나 협치와 연대의 힘으로 다 함께 해야 한다”며 “정권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연대와 소통의 힘으로 공동정부의 구상을 기획하고 실천해내지 않으면 결국 특정 정파의 집권만으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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