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박 대통령과 통화 “잘 대처하시길”

2분간 통화 “유엔 업무 협력에 감사 표현”
박 대통령 “그동안 많은 성과 거두셨다”

야 “반, 박근혜 정부의 연장선” 맹공
박지원 “이렇게 되면 우리와 거리 멀어질 수밖에”
손학규 “보수적 입장이면 같이 할 수 없을 것”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해 ‘위로’와 ‘덕담’을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야권은 “반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의 연장선에 있다”며 비판의 고삐를 죄었다.

반 전 총장 쪽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반 전 총장이 오전 10시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귀국인사를 했다”며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 부디 (탄핵심판에) 잘 대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반 전 총장이 12일 귀국 이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10년간 노고가 많으셨다. 그동안 많은 성과를 거두셨다. 수고하셨고 축하드린다. 건강 유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란다”라고 답했다고 이 대변인은 말했다.

이날 반 전 총장과 박 대통령의 전화통화 이후, 민주당은 물론 반 전 총장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마저도 반 전 총장을 비판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탄핵심판을 받는 피의자에 불과하다. 그런 박 대통령을 위로하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반 전 총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을 보면 어쩐지 박근혜 정권을 계승·발전시키려는 발언으로밖에 볼 수 없다.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죽이 잘 맞는 것 아닌가. 이렇게 되면 우리와 상당히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이날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 전 총장이 보수적 입장에서 정책을 주도하면 같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