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다음날인 13일 오전 수도권 남부지역 공군 제3 방공 유도탄여단 예하 8630부대를 방문해 박찬식 여단장한테서 패트리엇포대 대비상황 등을 보고 받은 뒤 자신의 안보구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재명’이 사라졌다.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고 안희정 충남지사가 당내 2위로 공고히 자리매김하면서다. 기존에 ‘문재인 대 비문재인’ 세력의 대결 구도였던 당내 경선이 ‘노무현 적자 경쟁’ 구도로 돌아서자, 이 시장의 존재감도 한층 낮아졌다.
이재명 성남시장 경선캠프의 좌장을 맡고 있는 정성호 의원은 1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번 경선에서 이 시장은 어떤 세력의 도움도 없이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지사 등 노무현 대통령의 유산을 상속받은 당내 주자들과 다투고 있다”며 “한마디로 ‘정치 금수저’와 ‘정치 무수저’의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의 ‘수저 계급론’에는 최근 지지율 하락과 함께 급격히 주류 언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이 시장 쪽의 고민이 녹아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7~8%를 얻고 있는 이 시장 쪽은 “떨어진 지지율에 견줘봐도 언론 노출 빈도가 적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이 시장 캠프는 구도를 억지로 트는 대신 ‘비주류’다운 방식으로 반격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은 “주류 언론이 외면하니 충성도가 높은 에스엔에스(SNS) 지지자들에게 경선 참여를 독려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시장의 후원회에는 출범한 지 사흘 만에 1만여 명으로부터 5억여 원의 후원금이 쏟아졌다. 이 시장 캠프는 성남시의 청년배당 수급자 숫자를 뜻하는 1만1300번째 후원자와 이 시장의 점심식사 자리를 마련하는 등 지지자들을 향해 공격적인 구애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주엔 서울과 성남, 호남 벨트를 오가며 정책적 선명성을 드러내는 행보도 이어간다. 이날은 경기도 성남의 공군 3여단을 방문해 국방 공약인 ‘스마트 강군 10만 양병안’을 제시하는 한편,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강력 비판하며 약점으로 거론돼온 ‘안정감’을 보탰다. 18일엔 호남을 찾아 야권공동정부 구성의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그의 아내인 김혜경씨도 10일 이후 줄곧 호남에서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이 시장 캠프의 김영진 의원은 “‘묻지마 정권교체’가 아닌 ‘더 나은 정권교체’를 위한 선택이 누구인지 결국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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