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의 삼성, MBC 등 청문회에 대한 일방 처리를 주장하며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의원들 주도로 부당노동행위 등의 의혹이 있는 삼성전자, 이랜드파크, 문화방송(MBC) 등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의결한 데 대해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환노위 사태’를 빌미로 2월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하겠다고 나섰다. 개혁의 ‘골든타임’으로 기대됐던 2월 국회가 뜻밖의 걸림돌을 만난 것으로, 임시국회 파행이 이어질 경우 야당이 추진해온 상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 선거연령 하향조정을 위한 선거법 개정안 등 개혁입법의 처리가 어려워진다.
자유한국당은 14일 오후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원내비상대책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환노위에서의 날치기는 야당 독주의 시작이라고 본다. 사과, 원상복구,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특단의 대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이후 ‘특단의 대책’으로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기로 정했으며, 원내 지도부는 이날 저녁 각 상임위원장들에게 연락해 보이콧 방침을 전달했다.
바른정당 소속의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도 “날치기 처리된 법안이나 안건이 법사위에 송부되어 온다고 하더라도, 법사위원장으로서 법사위에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환노위는 지난 13일 오후 ‘삼성전자 공장 노동자의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 ‘애슐리 등 21개 외식브랜드를 운영하는 이랜드파크의 알바생 임금체불’, ‘문화방송 노조탄압’과 관련해 청문회를 열기로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소속 의원 6명이 “다수 야당의 횡포”라고 항의하며 집단 퇴장했다.
이를 두고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4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어제 국회 환노위에서 개탄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특히 환노위가 한국지엠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물타기를 위해 문화방송 청문회를 도입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당 회의에서 “지엠대우 노조의 채용비리까지 같이 논의하다가,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만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홍영표 환노위원장이 한국지엠의 전신인 대우자동차 노조위원장 출신임을 겨냥한 것이다. 홍영표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자유한국당으로선 18살 선거권 등 개혁입법을 하기 싫으니까 이걸 빌미로 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형중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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