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22일 당 회의에서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두 얼굴의 인 목사는 야누스의 얼굴”이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인 위원장이) 저급한 발언을 많이 해 성직자의 이름을 더럽혔고,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된 법인카드로 특급호텔 식당을 즐기고 있다”는 공격까지 퍼부었다.
당명 개정 전 새누리당에 ‘구원투수’로 영입된 지 23일로 2개월을 맞는 인 위원장이 ‘야누스’라 비난받는 까닭은 뭘까? 김 의원은 “인 목사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해왔다”며 “(그런데 최근) 전국민이 찬성하는 탄핵에 대해 외면하고 박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인 목사는 어떤 인물이냐”고 했다.
인 위원장은 당에 영입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이) 탄핵으로 갈 것으로 본다. 이게 촛불민심이다. 나라 전체를 생각해보면 박 대통령이 그만두는 것도 나라를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태도를 바꿔, 지난 9일에는 “토요일만 되면 나라 걱정에 태극기 들고 나간다는 친구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났다”며 탄핵 반대 집회를 거들었다.
박 대통령의 ‘공범’으로 꼽히는 친박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취임 초 “악성종양의 뿌리를 없애야 한다”며 ‘친박 8적’의 탈당을 요구했지만, 서청원·최경환 두 핵심 의원의 당원권을 3년간 정지하는 데 그쳤다. ‘당원권 1년 정지’를 받은 윤상현 의원은 최근 ‘태극기’를 앞세워 친박·강경보수를 끌어모으는 데 앞장서고 있고 나머지 친박 핵심들도 인 위원장의 방임 아래 탄핵 반대의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인 위원장의 ‘독설’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초 인 위원장은 친박계를 향해 “일본 같으면 할복했다”고 말해 서청원 의원의 거센 반발을 샀고, 지난 1일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나이 들면 낙상하기 쉬워 집에 있는 게 좋다”고 했다. 바른정당을 향해선 “여기다 똥싸놓고 도망갔다”고 말했다.
이런 행보를 두고 당내에선 인 위원장이 안으론 강고한 친박세력에, 밖으론 바른정당의 ‘의원 빼가기’에 맞서 ‘현실적 해법’을 찾아낸 결과라는 풀이가 많다. 보수층의 지지를 자유한국당에 묶어두기 위한 타협책이라는 것이다. 인 위원장은 지난 21일 소속 의원 10여명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친박 의원 3명을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힘들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인 위원장은 대선 이후 보수의 주도권을 쥐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보수의 핵심에 확고히 자리잡은 뒤 그의 행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목회자인 인 위원장이 대선 이후까지 내다본 정치 구상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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