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남쪽 세종대로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제15차 태극기 집회'에서 김평우 변호사(가운데 마이크 잡은 이)가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리인단과 자유한국당 친박계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절차를 다시 문제삼고 있다. 여러가지 탄핵 사유에 대해 일괄투표하고, 증거조사를 생략한 것은 위법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과거 판례를 통해 위법이 아니라고 결정난 쟁점들이어서 무리한 여론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 변호사는 1일 탄핵 반대 집회 무대에 올라 “국회의 탄핵소추는 목적, 절차, 방법에 있어서 세계 역사와 동서고금에 유례가 없는 사기, 거짓, 졸속이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달 22일 헌재에서 “국회가 13개 탄핵 사유 하나하나에 투표하지 않고 일괄투표한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13개 사안별로 개별투표를 했다면 세월호 7시간 문제 등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지 못해 탄핵 사유에 포함되지 않았을 거란 얘기다. 미국에서는 개별투표를 한다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이미 헌재의 판단을 받았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에서 “국회법상 이에 대한 명문규정이 없다. 국회의장에게 안건 제목을 선포하도록 한 규정에 따르면, 여러 소추 사유를 하나의 안건으로 표결할지 여부는 국회의장에게 달려있다”고 판시했다. 김 변호사 주장에 대해 국회 쪽도 이 판례를 들며 “우리 법체계와는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친박계는 이 주장을 적극 확산시키고 있다. 정종섭·곽상도·김진태·경대수·유기준·최교일·김도읍 의원은 지난 23일 ‘법조인 출신 의원’ 자격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 탄핵소추안 일괄투표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 김문수 비상대책위원 등은 연일 탄핵 절차 위헌을 주장하는 토론회를 열며 탄핵 반대 여론을 결집하고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회의원들이 13개 사유 중 상당부분이 탄핵 사유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 탄핵에 반대했을 것이고, 하나라도 탄핵 사유가 된다고 하면 찬성했을 수도 있다. 표결 방식이 최종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탄핵 사유가 되는지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최종 판단하기 때문에 일괄투표를 했다고 해서 위법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대리인단과 친박계는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증거조사를 하지 않은 것도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재가 “국회의 재량이므로 별도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헌·위법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박 대통령 탄핵심판 초기 이 문제가 쟁점이 됐을 때 법무부도 ‘절차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면서 논란이 정리된 바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 쪽이 무리하게 탄핵 절차 위헌 주장을 펼치는 것은 탄핵 인용 결정이 날 경우 그 부당성을 강조하면서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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