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바른정당 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탄핵정국 비상시국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9일, 여야 정치권은 선고 결과보다 이후 예고된 ‘정치적 후폭풍’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여야 모두 당을 ‘비상체제’로 전환하면서 헌재 선고 이후 벌어질 정치적 격변에 대비했다.
각 당은 내부적으로 탄핵안 인용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탄핵 이후’를 고민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여당인 자유한국당의 속내가 가장 복잡하다. 헌재의 인용 선고 이후 당내 이견이 첨예하게 격돌해 파열음이 터져 나올 수 있는 곳이 자유한국당이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사후 수습에 나서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지만, 당내 친박근혜계 의원들 중심의 강경파가 거세게 반발할 수 있다. 소속 의원 94명 가운데 이미 60명이 탄핵 반대 탄원서에 서명한 만큼, 이들의 불복 수위가 향후 정치권 ‘2차 빅뱅’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가 이날 아침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비대위 회의를 열어 ‘비상체제’를 가동하기로 한 것도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탄핵에 반대했던 의원들도 이날만큼은 반발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은 담담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을 강조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박 대통령을 포함한 극우 보수세력이 벌써부터 탄핵이 인용될 것에 대비해 집단적 불복을 선동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이라며 “오늘 정도에는 박 대통령이 ‘어떤 결정이 나와도 승복하겠다’고 선언해주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의 통합을 위해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초당적인 정국 수습을 강조했다. 김경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안정적인 국정·민생 챙기기로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정치권의 책무인 만큼, 탄핵심판 이후 초래될 혼란에 결코 편승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바른정당은 탄핵 기각 시 ‘의원직 전원 사퇴’라는 배수진을 친 만큼, 탄핵 인용을 계기로 보수진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등 당의 활로를 모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병국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헌재 결정은 갈등의 종식이 돼야지 새로운 불씨가 돼서는 안 된다”면서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을 향해서도 “시대착오적 수구 집단과 연을 끊고 바른정당과 함께 해야 한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한편,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중진 의원들은 이날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통합된 마음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는 데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에는 민주당 문희상·박병석·이종걸·원혜영·박영선, 자유한국당 심재철·나경원, 국민의당 박주선·조배숙,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등 여야의 4선 이상 중진들이 참석했다. 석진환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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