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영남권역 선출대회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왼쪽부터), 최성 고양시장,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더불어민주당의 영남지역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안희정 후보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며 ‘역전극’을 썼다. 성남시장인 이 후보가 기세를 몰아 최대 권역인 수도권(강원·제주 포함)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과반 득표를 막고 결선투표행 티켓을 손에 쥘지 관심이 모인다.
이 후보는 이날 영남권 경선에서 합산 득표율 18.5%를 얻어 16.6%를 얻은 안희정 후보를 제치고 당내 경선에서 첫 2위를 차지했다. 비록 1위인 문 후보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진 못했고, 종합 누적순위에선 2위인 안 후보보다 2만여표 가량 뒤처져 있지만, 상승세를 탔다는 점에서 이 후보 쪽은 잔뜩 고무된 분위기였다. 이 후보는 이날 경선 뒤 지지자들을 향해 “안희정의 본거지(충청)를 지나, 문재인의 본거지(영남)을 지나, 이재명의 본거지 수도권으로 간다. 반드시 문재인의 과반을 저지하고 결선에 가서 이기고 대한민국을 책임지겠다”고 외쳤다.
이 후보는 역전의 지렛대 구실을 할 영남권 경선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데다 경북 지역의 사드(THAAD) 반대 주민들이나 울산 지역 노동조합들과 오랫동안 스킨십을 유지해온 탓이다. 이재명 캠프는 영남 경선 2위로 교두보를 마련한 뒤 수도권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과반득표를 저지하고 누계 2위에 올라 결선투표를 치르겠다고 별러왔다. 이재명 캠프의 김병욱 대변인은 “이 후보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수도권 경선에서 문·안 지지층이 이 후보 지지로 입장을 바꾸는 ‘이재명 시프트’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도권 경선은 선거인단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작은 유동성도 큰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날 자동응답전화(ARS) 투표를 시작한 수도권 선거인단은 130만1892명으로 전체 선거인단의 60%에 이른다. 현재까지 투표자 수가 56만여명임을 고려하면 이론적으로는 누구라도 ‘역전’이 가능하다. 횟수를 더해가면서 높아지는 투표율도 후순위 주자들의 기대감을 더한다. 경선 투표율은 호남 64.9%, 충청 76.35%, 영남 80.26% 순으로 상승했다.
이날 3위를 차지한 안희정 캠프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안희정 캠프는 “피케이(PK·부산경남)에선 문 후보가 압승을 거두더라도 티케이(TK·대구경북)에선 우리 쪽에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왔다. 하지만 앞선 두 차례의 경선에서 문 후보로부터 ‘더블 펀치’를 맞은 직후, 이 후보에게까지 밀리면서 안 후보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안희정 캠프 관계자는 “영남 경선은 ‘버티는’ 심정으로 임했다. 문재인-안철수 양자 구도가 형성되며 주말새 ‘문재인 불가론’이 커지면 경선 참여층의 유동성이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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