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대통령 구속 소식에 세월호 목포신항 도착 겹쳐
무겁고 어수선한 분위기…당선자 호명 때도 홍 지사 환호 없어
무겁고 어수선한 분위기…당선자 호명 때도 홍 지사 환호 없어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31일 열린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어수선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새벽에 들려온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소식, 인양된 세월호의 목포신항 이동 소식 등을 고려한 듯 자유한국당은 축제가 됐어야 할 대선후보 선출 행사를 차분하게 진행했다.
오프닝 공연은 경쾌한 음악 대신 성악 4중창단의 진중한 노래로 대신했고, 행사 초반 서해수호를 위한 묵념을 하며 분위기를 잡았다. 이날 사퇴하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밝은 비전과 희망만 얘기할 수 없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냉혹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자유한국당과 대선후보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모두 냉철한 이성을 갖고 현명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선은 모두 사전투표로 치렀기 때문에 본행사는 2시간 동안 간략히 진행됐다. 후보자들은 정견발표 대신 무대에 모여 앉아 경선 과정 에피소드나 자신의 비전을 조촐하게 얘기했다. 가장 긴장되는 당선자 발표 때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대선후보로 호명되는 순간 체육관에 축포가 터졌지만 무대에 앉아있던 홍 지사는 환호의 손짓이나 웃음도 짓지 않았다. 경쟁자 김진태 의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관용 경북지사도 덤덤히 자리를 지켰다.
6년 전인 2011년, 홍 지사가 5개월 만에 한나라당 당대표에서 물러날 때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등장했다. 이제 입장이 바뀌어 박 전 대통령이 정치무대에서 퇴장하면서 홍 지사가 다시 전면에 나서게 됐다. 하지만 축배를 들 여유가 없었다. 그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곧바로 박 전 대통령 구속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가 튼튼하게 기대고 의지했던 담벼락은 무너졌다. 무너진 담벼락을 보고 한탄할 때가 아니다. 시간이 없다. 홍준표가 국민들과 자유한국당의 새롭고 건강한 담벼락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때 4500석이 가득 차기도 했지만 행사 막바지에는 당원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일부 참가자들은 “니들이 뭐했어?”, “엉터리다”라면서 박 전 대통령 구속 사태에 대한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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