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홍준표·심상정 등 대선 주자들이 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입장을 두고 서로 ‘물고 물리는’ 공방을 이어갔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에 대해 “구속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이니 용서니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 사면권이 국민의 뜻에 어긋나게 될 수 없도록 제도적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틀 전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검토할 수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의 요구가 있으면 (사면)위원회에서 다룰 내용”이라고 답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민주당 경선 경쟁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서는 “특정인을 놓고 절대로 사면하지 않겠다는 것을 미리 공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가부’에 대한 확답을 피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저는 사면권 남용이 안 된다고 말한 것”이라면서 “왜 소란스러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자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일엔 “(문재인 전 대표가)아마 대세론이 무너져 초조한가 보다. 정치권에 와서 상대방이 비난을 시작할 때가 내가 잘하고 있다는 증거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 것”이라며 당시 문 전 대표 쪽의 비판을 맞받아친 바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지사도 이 논쟁에 뛰어들었다. 홍 지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 전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 앞장서고 구속까지 밀어붙였던 좌파와 얼치기 좌파 세력들이 우파들의 동정표를 노리고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운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좌파’는 문 전 대표를, ‘얼치기 좌파’는 안 전 대표를 가리킨 것이다.
정의당 대선 후보인 심상정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을 향해 ‘쌍끌이 공격’을 가했다. 그는 “사면은 국민이 시끄러울 땐 잡아넣었다가 조용해지면 빼내 주자는 말이다.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 발상과 뭐가 다르냐”며 안 전 대표를 비판한 데 이어, “문재인 후보도 ‘대통령이 되면 이재용 부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자’는 이재명 후보의 제안을 거부했다. 입장이 모호하기는 매한가지”라고 지적했다.
송경화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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