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공개 정치공방에 부담 느낀 듯
문재인 후보 쪽, 명예훼손 혐의로 송 고발
문재인 후보 쪽, 명예훼손 혐의로 송 고발
“2007년 참여정부가 북한의 의견을 물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했다”며 당시 ‘청와대 문건’을 공개해 논란을 촉발시킨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4일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날 문재인 더불어 민주당 후보쪽은 송 전 장관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따라 양쪽의 공방은 법정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송 전 장관은 사직서를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내가 정치 논쟁의 한복판에 들어가 있다. 이것(논란)은 내가 원한 바가 아닌데 총장 직책을 가지고 있으면 학교도 정치적 의미와 연결되는 것 같아 좋지 않고 저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2007년 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북한에 물어본 뒤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여부를 결정하자고 주장했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라며 최근 언론에 공개한 ‘청와대 문건’을 두고 첨예한 정치 공방이 벌어지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송 전 장관은 문 후보 쪽이 전날인 23일 당시 청와대 비서관들의 메모 등을 취합해 공개한 반박 자료에 대해 “제 책에 써놓은 것을 사실상 다 그대로 기술했다. (내 주장에서) 뭐가 잘못됐다고 얘기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자료를 추가로 공개할지에 대해서는 “제가 지금 하늘에 있는 태양을 보고 태양이라고 해도 저건 태양이 아니고 낮에 뜬 달이라고 하고 넘어간다”며 “(지금은) 제가 무엇을 해도 안될 것이다. 추가 공개할 필요를 지금은 못 느낀다”고 했다.
문 후보 쪽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후보자 비방, 공직선거법 위반,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송 전 장관을 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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