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들이 26일 오후 강원 원주시 문화의 거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원주/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6일 정치권은 전날 티브이(TV) 토론회에서 뜨거운 공방이 오갔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공약의 현실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이어갔다.
논란의 핵심은 ‘21조원의 나랏돈으로 5년동안 81만개의 질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느냐’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25일 토론회에서 “81만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연간) 4조2천억원이 든다고 하는데 이를 나누면 1년에 (1인당) 500만원이고 월급은 40만원도 안된다”고 말했다. 유 후보가 주장한 연봉 500만원은 문 후보 일자리 예산의 연평균 추계인 4조2천억원을 일자리 개수 81만개로 나눠서 나온 숫자다. 이에 문 후보는 “81만개 가운데 공무원 채용은 17만개고 나머지는 공공기관 등의 일자리여서 기관의 자체 재정으로 해결된다”고 반박했다. 재정 부담이 집중되는 곳은 17만개 공무원 일자리(17조원)고, 64만개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공공기관 등의 자체 재원이 마련되기에 4조원 가량만 투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유 후보는 “9급 공무원 월급을 기준으로 해도 17만개면 (5년동안) 21조원이 넘는다”며 “재원을 너무 낮게 잡았다”고 다시 반박했다.
논쟁은 이튿날 각 캠프 정책본부장의 대리전으로 옮겨붙었다. 민주당 선대위의 윤호중 정책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유 후보의 지적은 대단히 악의적인 질문이고 사실을 왜곡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윤 본부장은 “우리의 계획은 5년 동안 17만4천명을 첫해에, 한 번에 고용해서 5년간 유지하는 예산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첫 해에 3만4000명(20%)을 고용하고 해마다 순차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신규 공무원을 순차 고용하면 공무원 7급 7호봉 임금(4대보험료 포함 연봉 3천만원)을 기준으로 17조원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후보 쪽은 구체적인 연차별 재정 소요 추계는 “추가적인 논란이 우려된다”며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당은 즉각 반박했다. 김관영 정책본부장은 보도자료를 내어 문 후보 쪽의 64만개의 공공부문 일자리 재원과 관련해 “직접적 재정이 아니고 공공부문 지출이면 아무런 문제가 없나.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낭비한 예산(22조원)도 (나랏돈이 아닌) 수자원공사 예산(8조원)은 빼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문 후보 쪽의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소방·경찰 등의 공무원 확충과 보육 등 복지 서비스 강화는 다른 후보들도 약속하고 있다. 일자리를 넘어 안전·복지 등 국민 서비스 차원에서도 강조돼야 하는 부분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바른정당도 재원 구조를 놓고 비판하고 있다. 이종훈 정책본부장은 브리핑을 열어 “수당, 공무원 연금, 경비 등을 포함하면 공무원 확충에 소요되는 정부 예산은 1인당 5천2백만원 가량”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문 후보 쪽의 주장과 달리 저희의 추산은 27조2천억으로 무려 10조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무원 추가 채용에 따른 문 후보 쪽의 장기적 비용 추계도 충분치 않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논란을 두고 재정 전문가인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문 후보 쪽의 공무원 임용 관련 예산은 납득할 만하지만 그외 공공부문 일자리에 대한 구체적인 재정 부담 계획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다만 일자리 예산의 경우 임금의 2배 정도를 부대비용으로 봐야 하지만, 그 부분까지 문제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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