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운데)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박지원 대표(왼쪽)한테서 위로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른쪽은 손학규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득표율 3위로 5·9 대선을 마친 국민의당은 구심점과 방향을 잃은 채 ‘무중력’ 상태에 빠져든 모습이다. 10일 안철수 대통령 후보는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고, 박지원 대표는 사퇴 뜻을 밝혔다.
이날 오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대선 선거대책위 해단식을 시작하면서 박지원 대표는 “선거 결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새로운 모습의 당으로 거듭나자고 제안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 대표가 물러남에 따라 국민의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불가피하게 됐다. 지도부 총사퇴 여부와 비대위 구성 문제는 11일 열릴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와 함께 지도부의 ‘투톱’을 이루는 주승용 원내대표의 임기도 이달 중 끝날 예정이어서, 이르면 다음주께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신임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선대위 해단식에서 마지막으로 발언대에 선 안철수 후보는 “패배했지만 좌절하지 않겠다. 오히려 패배의 경험을 대한민국의 변화와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제가 부족했다. 이번 대선에서 변화와 미래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온전히 실현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변화와 미래를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의 대선 도전 실패는 2012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달 대선 ‘배수진’을 치며 국회의원직도 내려놓은 터다. 그는 당분간 휴식 시간을 가지며 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향후 행보를 묻는 기자들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당분간 갖겠다”고 답했다. ‘모든 역할을 다 하겠다’는 게 정계 활동을 지속한다는 것인지를 묻자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든 사람이 변화와 미래에 대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때다”라는 답으로 갈음했다. ‘국내에 머물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럼요”라고 말했다. 이날 해단식 뒤 당 대표실에서 안 후보와 따로 대화를 나눈 박지원 대표는 기자들에게 “안 후보가 무슨 플랜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정치인 안철수’로 계속 갈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 박 대표는 “그런 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계 은퇴’는 아니라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안 후보가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구원투수’로 차출돼 선거 지원에 앞장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당장 안 후보는 물론 국민의당의 앞길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내에선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더불어민주당이나 바른정당과 통합 등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호남 초선 의원들 가운데서는 민주당과 합하자는 의견이 적잖고, 재선 이상의 경우 바른정당과 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나는 바른정당과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박지원 대표는 “민주당 상층부에서도 만나자고 한다는 얘기를 (국민의당 의원들이) 나한테도 하더라”며 “여러 시나리오가 있지만 거기에 부화뇌동하거나 같이 블루스(춤)를 추면 끝난다”고 선을 그었다. 당내에서는 ‘통합·협치’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당에 장관직 제의 등 협력의 손을 내미는 과정을 살피면서 정계개편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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