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초반 개혁 속도전
정권교체기 진통 오히려 덜해
“촘촘한 집권플랜 준비 한 몫”
정권교체기 진통 오히려 덜해
“촘촘한 집권플랜 준비 한 몫”
문재인 대통령의 ‘속전속결 국정운영’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인수위 없는 집권’이라는 ‘악재’가 ‘호재’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대선이 보궐선거로 치러진 만큼 당선인이 국정운영을 준비할 시간이 없이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이에 여야는 대통령 취임 이후 인수위를 설치해 일정 기간 동안 운영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합의했으나 위헌 논란이 제기되며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문 대통령은 보완책으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인수위 역할을 맡겼다.
그러나 인수위 없는 정부 출범이 이번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직후부터 당선인이 취임할 때까지 2개월 가량 운영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역대 정부 출범 때마다 ‘논란’의 대상이었다. 물러날 대통령과 곧 취임할 당선인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생겨나고, 새로 출범할 정권의 정책·인사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터졌기 때문이다. 이명박 인수위 때는 ‘어륀지’로 대표되는 영어몰입교육 방침과 편향적 인선 등이 논란이 됐다. 박근혜 인수위 시절에도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의 ‘밀봉 인사’와 낙마, ‘공약 말바꾸기’ 논란 등이 잇따라 발생하며 취임하기도 전에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했다. 노무현 인수위 시절에도 ‘삼성경제연구소’로부터 정책자료집을 받은 것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이에 견줘 인수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취임한 문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대통령 업무지시로 당장 실시할 수 있는 조처들을 내놓으며 오히려 힘있게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인수위 기간에 부처와 샅바 싸움을 하다 보면 되는 일 없이 잡음을 일으키며 피로해질 수 있는데 당선 직후 곧장 대통령으로 국정 운영을 시작하니 행보 하나하나에 더 힘이 실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수위 없이도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만큼 문 대통령 쪽이 집권 준비를 빈틈없이 해온 점도 차질없는 출발의 배경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출범한 참여정부에 대한 반성으로, 후보 시절부터 집권 직후의 ‘플랜’을 꼼꼼히 마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또다른 의원은 “정권을 잡으면 단기적으로 논란 없이 추진할 일과 장기적으로 추진할 일의 경계를 나눠 정리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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