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요구로 2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정우택 운영위원장(뒷모습 보이는 이)의 일방적인 운영위 개최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야3당이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을 점검하겠다며 20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소집하자, 여당이 이에 반발해 집단퇴장하는 등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강행’을 이유로 운영위를 제외한 모든 상임위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위, 국방위, 외교통일위, 교육위 등이 공전했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은 이날도 무산됐다. 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 일정도 확정하지 못했다.
이날 오후 2시10분께 열린 운영위(위원장 정우택) 회의장에선 정권교체 뒤 처음으로 여야 간 고성이 오갔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3당은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전체회의를 열었다. 애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회의에 불참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원내지도부 간 논의 뒤 회의에 참석해 야당의 주장에 반박 의견을 내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회의는 시작하자마자 설전으로 번졌다. 첫 발언자로 나선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불량인사”로 규정하고, 북한의 핵실험 중단을 전제로 ‘한미연합훈련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겨냥해 자진사퇴를 주장하면서다. 민주당 의원들은 목소리를 높여 항의했고, “안건도 없이 무슨 회의냐”, “발언 중이니 가만히 있으라” 같은 거친 말이 오갔다. 결국 여당 운영위원들은 3시께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퇴장 직전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을 향해 “이번 운영위에선 국회 절차가 깡그리 무시됐다”며 “오늘 한국당, 바른정당 의원들이 독단적으로 운영위 소집을 요구했는데 앞으로도 이건 금기시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통상 상임위를 열려면 안건 논의를 위해 여야 간사 협의가 필요한데,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아직 간사 선임도 되지 않은 상태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정우택 운영위원장은 전체회의를 종료하며 “다음 회의 때 (조국 수석 등에 대한) 출석 요구 건을 상정해 의결을 거치겠다”고 밝혔지만, 당분간 조 수석에 대한 국회 출석 요구는 관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첫 인사추천위원회를 연 뒤 기자들을 만나 “인사 검증과 관련한 청와대 수석회의는 비서실장이 주도해서 하기 때문에 검증에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은 비서실장에게 있다”며 “특정 수석에게 (책임을)물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야당의 조 수석 운영위 출석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한편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는 18일과 19일에 이어 이날도 무산됐다. 다만 여야 4당 간사는 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인 21일 오전 다시 회의를 여는 데 합의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조대엽 노동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엔 청문회 소관 상임위가 열리지 않아 청문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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