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22일 “경기도는 탈환해야 되는 중요한 지점이고 서울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과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 대한민국의 중심 중의 중심”이라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또는 경기지사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5·9대선 뒤 말을 아껴온 이 시장이 자신의 거취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 시장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때까지는 제 마음대로 정하고 살아왔는데, 개울에서는 노를 저어 어디로 가야 하지만, 강물로 나오니까 노를 젓다가는 배가 뒤집어질 것 같다”며 고민스런 속내를 에둘러 표현했다. 앞서 17~18일 서울지역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와 <프레시안>이 실시한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 시장은 현역인 박원순 서울시장(25.5%)에 이어 19%로 2위에 올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 시장은 “경기도 사람이 왜 서울을 가느냐는 것도 있을 수 있어 ‘(서울시장 도전은) 대의에 어긋나지 않을까? 국민들이 그런 걸 원할까? 반감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시 같은 경우는 박 시장님의 성과를 계속 이어가야 하고 대한민국의 중심 중의 중심”이라며 서울시장직 도전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다만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에 도전한다면 선택지에서 (가능성이) 많이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여권 내에 유용한 자원이 무한대로 있는 게 아니니 서로 중복되거나, 손상입히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며 “박 시장님이 잘하고 계시고 3선을 도전하신다면, ‘당신 하지 마세요. 제가 더 잘할 수 있습니다’하며 같은 식구끼리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에 도전할 가능성에 대해선 “별로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저는 밭 갈기를 좋아하는 체질”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방행정 또는 행정이라는 게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하니까 그 연장선상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박 시장이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한다면, 현재로선 이 시장의 다음 행보는 경기지사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 시장은 차기 대선 도전과 관련해선 “국민들이 정말로 그때 가서도 ‘저 친구 꽤 유용한 도구 중에 하나다’라고 판단하면 올려주실 것이고 아니다 싶으면 내릴 것인데 그건 제가 결정할 일은 정말 아니다”라면서도 “좀 더 큰 도구를 찾아서 좀 더 많은 역할, 많은 기여를 하고 싶은 건 당연한 일 아니겠냐”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두고는 “아직 경기는 시작도 안했고 선수 지명 받아 몸 풀고 있는데 ‘잘하네, 못하네’ 이러면 경기가 잘될 리 없다”며 “제가 보기엔 아주 잘하고 계시다”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최근 고리 1호기 영구 중지를 선언한 데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시장은 “제가 보기에 진짜 잘한 건 원전제로정책으로 가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이건 말로 되는 게 아니고 이때까지 다른 정부들도 하려고 했고 국민들도 많이 요구했지만 소위 원전마피아라든지 기득권 세력들의 저항 때문에 못했는데 (문 대통령이) 그걸 결정하는 걸 보고 ‘진짜구나. 진짜 많은 걸 할 수 있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문 대통령을 향해 “지지율을 고공으로 유지하기보다 50%를 살짝 넘는 정도를 아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민의 삶을 바꾸기 위한 실천을 꾸준히 해서, 희망이 좀 더 생기겠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그걸 유지하려면 반대를 좀 감수해야 한다”며 “너무 고공 지지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기보단 대의에 맞고, 국민이 요구하는 일을 뚜벅뚜벅 해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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