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과거 저서 속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청와대에 “부적절한 행동이므로 조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당 의원들까지 탁 행정관을 비토하면서 청와대도 고민에 빠졌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2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어제 민주당 여성 의원들 대부분이 탁 행정관의 발언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데 뜻을 모았고, 의견을 대표할 만한 중진급 의원을 통해 청와대에 그에 대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탁 행정관은 앞서 2007년 쓴 <남자 마음 설명서>가 입길에 오른 데 이어 같은 해 출간한 대담집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고교 1학년 시절 중3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녀를 친구들과 공유했다”는 취지로 구술한 대목 등이 알려지면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권은 속을 태우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여성 의원은 “이렇게 언론에 보도됐는데 대통령도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나도 청와대 관계자에게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의원도 “가까운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게 거듭 우려를 전달했다. 국민 세금으로 일하는 공무원인데 여성 일반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게 알려진 이상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적 기류가 거세지면서 청와대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여당의 의견을 받아 정식으로 탁 행정관 거취에 대한 건의를 대통령에게 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인사검증 대상도 아닌 행정관이 문 대통령과 만나기 훨씬 전에 쓴 책 내용만을 갖고 그를 경질하는 것은 어렵지 않냐는 의견도 있다”고 내부 기류를 전했다.
엄지원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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