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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안철수, ‘새정치’ 내용 못 채운채 ‘구태정치’ 나락으로 떨어지다

등록 2017-07-13 21:41수정 2017-07-13 23:07

정치 입문 6년만에 최대 위기

정치 입문 신선한 바람
참신한 캐릭터·이력으로 기대감
서울시장 후보 양보하며 감동까지
대선국면 문재인과 양자대결 구도

현실정치 벽 앞에 ‘부침’
비판적이던 호남의원들도 고무
거품 빠지며 대선레이스 내리막길
홍준표에 뒤져 3위 굴욕

나락 떨어진 이유는
자수성가 내세우다 ‘반문재인’ 선회
갑철수·엠비 아바타 ‘셀프공격의 덫’
결정적 한방 노리다 검증부실 덜컥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치 인생이 6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새정치’의 아이콘으로 정치권에 혜성처럼 등장한 안 전 대표가 문준용 제보 조작 사건으로 ‘구태 정치’의 책임을 마주하게 됐다. 12일 “공명선거에 오점을 남겼다”면서 고개를 숙이는 그의 모습은 ‘안철수 새정치’의 실패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2011년부터 시작된 안 전 대표의 정치는 환희와 고난, 영광과 좌절이 압축적으로 전개된 시간이었다. 기존 정치에 때묻지 않은 참신한 캐릭터와 이력을 갖춘 그는 신선함으로 기대를 모았고,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박원순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면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안철수 신드롬’이 탄생했다. 2012년 대선 후보 출마와 사퇴,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창당과 2015년 탈당 등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그의 ‘새정치’ 자산은 유지됐다. 38석을 확보하며 ‘다당제’ 를 견인한 지난해 4·13총선은 안 전 대표에게 가장 짜릿한 순간 중 하나였다.

지난 4월초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이 막바지에 이를 즈음 그의 지지율은 급상승하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양자대결 구도를 이루는 듯했다. 국민의당 분위기는 흥분 그 자체였다. 안 전 대표에게 비판적이던 일부 호남 의원들까지도 고무된 상태였다. 그러나 ‘거품’은 곧 빠졌다. 5월9일 대선까지 한달여 동안 내리막길이었다. 결국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밀리며 3위에 머무는 굴욕을 맛봤다. 여기에 문준용 제보 조작 사건이 터져나오며 그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그가 나락으로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새정치’의 내용을 채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상속받은 것이 없는 자수성가 정치인’으로서의 강점을 내세우다가도, 결국엔 ‘반문재인 기조’로 가면서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데 실패했다. 2012년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뒤 안 전 대표는 계속 ‘친문재인 세력’과 각을 세워왔다. 자신이 창당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이유도 문재인 당시 대표와의 알력이 결정적이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안 전 대표에게 ‘문재인’은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기준점이었다. 익명을 원하는 한 정치 평론가는 “안철수는 정치를 하는 이유가 마치 문재인을 이기기 위한 것처럼 비쳐졌다”고 말했다. 결국 안 전 대표는 선거 내내 자신을 왜 선택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채 “갑철수”, “엠비(MB) 아바타”로 상징되는 ‘셀프 공격’의 덫에 빠졌다.

국민의당이 문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채용 의혹을 붙들고 네거티브에 몰두하게 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안 전 대표 본인은 아니었을 지라도, 국민의당내엔 문 대통령에게 ‘결정적 한 방’을 먹여야 한다는 강박이 팽배해있었다. 이는 검증의 부실을 불러왔다. 국민의당이 가짜 자료로 기자회견을 하기 전날인 5월4일만 해도, 이용주 공명선거추진단장은 한국고용정보원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의 친척이 채용됐다고 폭로했다가 거짓으로 드러나자 사과했다. 제보 조작 사건의 전조였지만, 국민의당은 조심하기보다는 ‘더욱 센 한 건’에 매달렸다.

리더십의 부족, 신생정당의 한계, 부실한 선거 시스템도 한몫했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이나 그와 가까운 초선 의원들은 당 중진 의원들이 주도하는 공식 조직과 융화되지 못했다. 시스템은 자연히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선대위에서 활동한 한 관계자는 “각 소그룹이 컨트롤타워를 가지고 후보에게 직보하려 하면서 각개전투를 했을 뿐 전체를 아우를 조정자가 없었다”고 했다. 전략본부 일각에서 ‘네거티브는 안 하는 게 낫다’는 보고서를 올리기도 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네거티브의 수위와 방향 및 선거 전략을 총괄할 단위가 없었던 셈이다. 그의 ‘결단력’ 부족을 문제점으로 꼽는 이들도 적잖다. 리더로서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좌고우면한다는 것이다. 이번 제보 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 입장을 밝히지 않고 보름 이상 침묵하면서 타이밍을 놓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비친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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