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유엔(UN)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 처리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8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전화해와 ‘김명수 후보자 처리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했고 저는 ‘잘 알겠다’고 답했다”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제가 덧붙여서 ‘협치가 제대로 됐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문 대통령이 ‘여야정 협의체를 제가 제안하지 않았습니까. 여야정협의체에서 모든 걸 잘 풀어갑시다’라고 말했다. 알겠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대표의 측근인 송기석 의원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출국하기 직전에 안 대표에게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국민의당 ‘투톱’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한 것은 21일 오후로 예정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민의당의 협조 없이는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보수야당이 김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는 상황에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키려면 더불어민주당 의석(121석) 및 정의당·새민중정당·무소속 의석을 모두 더한 130석 외에 20여석의 추가 찬성표가 필요하다.
실제 문 대통령의 전화가 김 후보자 인준 표결에 영향이 있을지를 묻자 김동철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저에게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원내대표는 “저에게는 영향이 있을 것이고 우리 당은 민주 정당이라 국회법 114조2항에 따라 의원들 양심에 따라 자율투표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21일 오전 안철수 대표와 만나 김명수 후보자 처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김 원내대표는 밝혔다. 추 대표는 앞서 안 대표에게 민주당-국민의당 원내대표와 함께 2+2 회동을 제안했으나, 국민의당 쪽의 거부로 한차례 무산된 바 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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