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지상욱(왼쪽부터), 황영철, 유승민 의원이 28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의원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3선 중진 의원들이 ‘보수 우파 통합추진위’(가칭)를 구성하기로 뜻을 모은 데 대해 두 당 내부에서 즉각적인 반발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통합에 반대하는 바른정당의 ‘자강파’들은 통합추진위를 추진하는 당 소속 중진 의원들을 향해 “심각한 해당행위”, “자유한국당으로 귀순하고 싶으면 개별적으로 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바른정당의 대표적인 자강파인 유승민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 전체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추진위를 띄우려고 하는 당 소속 김영우 최고위원 등에 대해 “개인적인 일탈행위”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당 최고위원이 그렇게 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현재 당의 유일한 결론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무산된 뒤 20명의 소속 의원 전체가 만장일치로 합의한 전당대회(11월13일 예정)이며, 여기에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최고위원도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나와 “묻지마 보수통합을 하자고 하는 것은 바른정당 창당정신을 훼손하는 해당 행위”라고 당 소속 일부 중진 의원들의 움직임을 비판했다.
하 최고위원은 의원 전체회의에서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3선 의원 모임에서 나온 보수통합은 우리 바른정당 최고위와 사전 협의된 것이 아니다. (이번 문제와 관련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의원총회를 소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자강파인 진수희 최고위원도 전체의회에서 “국민들께 너무 부끄러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며 “이 일은 무슨 아름다운 언어로 포장해도 정치적 꼼수이며, 더 심한 단어까지 말하려고 했는데 참는다”며 강한 불쾌감을 내비쳤다. 진 최고위원은 “지난해 말 (옛) 새누리당에서 분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할 때 명분은 ‘보수가 이대론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혁신이 됐나? 자유한국당은 점점 수구, 반 혁신으로 가고 있다는 게 합리적 국민들의 평가다”라며 “그렇게 자유한국당으로 귀순하고 싶으면 개별적으로 가라”고 요구했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도 김영우 최고위원이 지도부와 상의 없이 자유한국당과 통합추진위를 구성하려는 데 대해 “당의 최고위조차 무시하는 일이다”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바른정당 내부에서 이렇게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어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우파 통합추진위’를 구성하려는 움직임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자유한국당 친박 의원들도 통합추진위에 대한 소식이 알려진 이후 바른정당과의 ‘당 대 당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친박계인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에오 나와 “개별적인 입장을 통해서 우리 당에 입당하는 방식이라면 모르겠지만, 인위적인 당대 당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입당을 하더라도 선별적인 심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의원들을 적폐와 혁신의 대상으로 삼고 탈당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에 대한 강한 불만이 가시지 않았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 김영우 바른정당 의원 등 두 당의 3선 의원 12명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겸한 모임을 갖고, 보수 우파 통합추진위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이들은 다음 달 11일에 다시 만나 통합추진위를 어떤 행태로 구성할지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두 당 내부의 반발이 나오고 있어 추진위 구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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