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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페북서 ‘남 얘기’만 하는 홍준표, ‘내 얘기’만 하는 안철수

등록 2017-09-29 14:24수정 2017-09-29 17:32

대선 트로이카, 홍준표-안철수 대표 페이스북 분석
‘좌파가 싫어요’ 홍준표, ‘정체성 혼란’ 안철수
“여전히 대선기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평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지난 5월9일 대통령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던 홍준표, 안철수 전 후보 이야기다. 이들은 대선 기간 지지율로 ‘트로이카’를 형성했지만 큰 표 차이로 패배한 뒤 ‘권토중래(捲土重來, 한번 싸움에 패하였다가 다시 힘을 길러 재도전함)’의 꿈을 품고 당대표가 됐다. 당이 처한 상황이 엄정한 만큼 필사적으로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한겨레>는 두 당대표의 페이스북에 9월말 현재까지 업로드 된 모든 게시글을 ‘긁어오기’(크롤링) 해서 사용한 단어의 빈도를 분석해봤다. 게시글에서 명사를 추출한 뒤 사용 태블로(Tableau)를 이용해 빈도에 따라 크기를 다르게 표현하는 ‘워드 클라우드(word cloud)’로 시각화했다. 빈도 분석을 위해 통계 프로그램 ‘R’을 활용했고, 한국어 형태소 분석 패키지(KoNLP)를 썼다.

국민의당 안철수 새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아 홍준표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민의당 안철수 새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아 홍준표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대선은 계속돼야 한다

홍준표, 안철수 대표에게 대선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둘은 공통적으로 에스엔에스(SNS)를 통한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고 있다. 제1·2 야당의 당대표이긴 하나 대선 기간에 비해 언론의 조명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직접 소통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두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구사하는 화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여전히 대통령 선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대선패배 이후 정체성을 확립하고, 위축된 지지세력을 넓히기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두 대표가 많이 사용하는 단어를 문재인 대통령과 비교하면 차이점은 더욱 선명했다. 대선 트로이카의 한 축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된 이후 정책과 구체적인 사례들을 담은 언어로 발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관련기사▶‘오바마처럼’ 문 대통령 페북의 진화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두 사람 모두 대선이 끝난 뒤에도 ‘대통령’이라는 단어를 많이 언급하고 있는데 대통령 중심적인 한국 사회의 환경적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문제해결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천명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처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언급이 부족해 ‘자기 중심적’인 정치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글 빈도분석.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글 빈도분석.
#철저한 이념 정당, 자유한국당 홍준표 ‘좌파가 싫어요’

“앞서간 우파정권은 모두 부정하고 자신들의 좌파정권만 정당하다는 겁니다.”
“5년도 남지 않은 좌파정권이 앞서간 대한민국 70년을 모두 부정하고 나선 것입니다.”
“정치보복에 혈안이 된 친북 좌파정권에 나라를 맡긴 국민들은 정말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홍준표 대표는 9월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최근 진행되고 있는 검찰의 MB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글에서만 ‘좌파’를 세번 언급하면서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자신이 속한 진영인 ‘우파’는 한번만 언급했다.

홍 대표 페이스북의 키워드는 ‘좌파’(220번)다.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의 대표가 ‘보수’(136번)나 ‘우파’(102번) 보다 좌파를 훨씬 많이 언급한 것이다. 그가 정책적인 토론과 이슈 생산 보다는 상대 진영을 비판하고 흠집내는데 집중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상대진영을 흠집내기 위해 사용한 단어로는 ‘무상’(68번), ‘문재인’(55번), ‘진보’(55번), ‘노무현’(40번), ‘민주당’(39번), ‘친북’(37번), ‘노조’(33번), ‘귀족’(25번), ‘강성’(24번), ‘상왕’(21번), ‘선동’(17번), ‘종북’(15번), ‘얼치기’(10번) 등이 있었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좌·우 갈라치기’로 보수층의 지지세력을 결집시켰다. 그는 위기에 처했던 한국당을 수습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려 유권자 24%의 표를 받은 공을 인정받아 대선에 패했음에도, 당대표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가 네거티브를 버리지 못하고 계속 집착하는 이유다.

홍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한 메시지 전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이 자신의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접 유권자들과 소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언론’(97번), ‘여론조사’(76번) ‘지지율’(27번) ‘조작’(26번) ‘보도’(25번) ‘장악’(23번) 등의 단어를 사용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대선 기간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 비유하기도 했다.

“지금 언론에서 나오는 신문, 방송 믿지 말라. 이것이 저희들끼리 장난친다. 우리는 지금 기댈 곳은 에스엔에스뿐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이 스마트폰하고 있으니 그것 밖에 없다. 홍준표가 대통령 되면 손 안 볼 것 같나. 홍준표가 겁이 날 것이다. 나는 겁내고 살고, 눈치보고, 살아본 일이 없다. 제가 되면 잘못된 것 그냥 안 둔다. 내 선거과정에서 당했던 것 생각하면 어떤 것은 확 없애버리고 싶다. 그래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 언론의 97%가 반대했다. 3%만 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위터 하나로 대통령되었다. 마찬가지로 한국 언론들도 탄핵 때와 같이 기우러져 있고 좌편향 되어 있다. 나는 믿지 않는다. 그래서 페이스북으로 나는 선거운동을 한다. 그러니까 여러분들도 신문방송 안봐도 된다. 그 종편, 내가 만든 것이다. 내가 민주당과 싸우면서 만들어줬는데 요즘 보면 하루종일 편파 방송한다. 하루종일 편파 방송한다고 해서 그래서 종편이다. 그래서 제가 되면 그것 좀 줄이려고 한다. 4개나 해줬더니 문제가 너무 많다. 국민들을 오도를 한다. 그래서 원래 종편허가권 정부에 있다. 내가 되면 그것 확 줄여버릴 것이다. 그러니까 여러분들, 종편 보지마시라. 종일 편파방송하는 것이 종편이다. 그것 보지 말고 그냥 뉴스도 보지마시라. 페이스북만 보시라. 페이스북만 열심히 사용하면 이번 대선 이긴다.”(4월30일 서울 강남 유세)

2011년 11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디도스 공격 사건’으로 당대표직을 내려놓을 무렵부터 페이스북을 시작한 홍 대표는 대선에서도 꾸준히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2012년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당선된 뒤로는 도정을 홍보하는 글을 자주 올렸고, 2015년에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 사건’에 연루되면서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기도 했다.

정책에 대한 언급은 많이 하지 않는 홍 대표이지만 ‘안보’ 관련 이슈는 꾸준히 다루고 있다. 북한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 들어 문재인 정부를 흔들기 위한 의도다. ‘미국’(72번), ‘전쟁’(40번), ‘북핵’(38번), ‘중국’(37번), ‘안보’(29번), ‘전술핵’(25번), ‘트럼프’(25번), ‘북한’(17번), ‘대결’(14번), ‘평화’(12번) 등이 관련단어로 분석됐다.

검사 출신답게 ‘검찰’(97번) ‘탄핵’(74번) ‘검사’(73번) ‘수사’(53번) ‘재판’(52번) ‘헌법’(42번) ‘사법부’(25번) ‘판결’(19번) ‘법정’(16번) ‘사법시험’(15번) 등 ‘법’ 관련 단어도 많이 사용했다.

시대정신연구소 엄경영 소장은 “홍준표는 당대표가 된 이후에도 대통령·여당과 각을 세워 강경보수 결집을 이뤄내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홍준표식 언어는 임기응변이 강해 보이지만 네거티브에 치우쳐 있어 장기적으로는 본인에게 손해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글 빈도분석.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글 빈도분석.

#탈이념 정당, 국민의당 안철수 ‘정체성 혼란’

“우리는 이념중심 정당이 아니라 ‘문제해결 중심정당’이 국민의당의 정체성이다.”

안철수 대표가 9월21일 페이스북에 올린글이다. 대선에서 진 뒤 페이스북에 글을 쓰지 않았지만 8월3일 당대표 출사표를 던지면서 에스엔에스 활동을 재개한 안 대표는 국민의당의 정체성과 당 혁신에 관련된 글을 많이 쓰고 있다. 대선패배와 문 대통령 아들 제보조작 사건 등 악재를 겪으면서 위기에 처한 당을 다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페이스북을 시작한 안 후보가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자신의 이름인 ‘안철수’로 총 1459번 언급했다. ‘대통령’(1280번), ‘미래’(1108번), ‘교육’(886)번, ‘국회’(734번), ‘국가’(689번), ‘정부’(680번) 등의 단어가 뒤를 이었다. 대선을 치르기 위해 준비된 ‘대통령 후보 안철수’를 강조한 것이다.

안 대표는 ‘일자리’(387번), ‘산업혁명’(309번), ‘청년’(305번), ‘4차’(303번), ‘기술’(276번), ‘창업’(186번), ‘중소기업’(109번), ‘창의’(97번) 등의 단어도 많이 언급했다. 아이티(IT) 기업 ‘안랩’의 창업 경력을 내세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을 이끌 적임자로 자신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준비하는 핵심 중의 핵심은 교육이다”며 교육 공약에 많은 공을 들였다. ‘아이’(284번), ’학교’(193번), ‘학생’(169번) ‘과학’(139번) ‘인재’(135번) 등의 단어가 교육 관련 단어로 분류됐다. 대선 전 탄핵국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냈다. 이 때문에 ‘박근혜’(466번), ‘탄핵’(442번), ‘정권교체’(253번), ‘검찰’(196번), ‘부패’(168번), ‘분노’(86번), ‘촛불’(59번) 등의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안 대표는 지역구였던 ‘노원’(259번)구와 ‘상계동’(147번)도 자주 언급했다.

엄경영 소장은 안 대표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안 대표의 초기 지지기반은 범진보 진영이었는데 사용한 단어들은 중도보수 성향이 보인다”며 “안 대표와 국민의당 지지기반이 흔들리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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