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1월 1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정당의 대표적인 ‘자강파’인 유승민 의원이 29일 “험난한 죽음의 계곡을 살아서 건너겠다”며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이혜훈 전 대표가 금품수수 의혹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자유한국당과 합치자는 당내 통합파의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자 직접 전면에 나서 당을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유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혁보수에 대한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이 순간부터 개혁보수의 승리를 위해 생명을 걸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유한국당과 구별되는 개혁보수 정당을 제대로 세우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표현했다.
바른정당 전당대회(11월13일)를 앞두고 대표 출마 선언을 한 것은 하태경 최고위원에 이어 두번째다. 만약 유 의원이 대표가 되면 지난 5월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당선과 패배로 엇갈린 문재인 대통령,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과 함께 정부·여·야 대표로 다시 만나게 된다.
애초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와 원외위원장들은 대표 공백 이후 ‘유승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에 뜻을 모았으나, 김무성 의원 등 일부 통합파들이 “유승민 사당화”를 우려하며 제동을 걸었다. 바른정당은 내부 격론 끝에 ‘11월 전당대회’를 결정했지만, 최근 김영우 최고위원 등 일부 중진들이 자유한국당 3선 의원들과 ‘보수 우파 통합추진위원회’를 꾸리기로 하며 논란이 일었다. 바른정당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통합추진위 구성 시도를 “개인 일탈 행위”로 규정했지만, 통합파들은 여전히 조기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의총엔 소속 의원 20명 중 자강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12명만 참석했다.
만약 통합파 일부가 자유한국당으로의 이동을 모색한다면, 그 움직임은 유 의원이 당권을 잡을 수도 있는 ‘11월 전대’ 이전에 가시화할 가능성도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이 대표가 되면 통합 시점이 빨라질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유 의원은 “당명 말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자유한국당과 무슨 명분으로 합치겠는가. (통합파 의원들을) 개별 접촉해 이 길을 같이 가자고 최대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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