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의 요청으로 당시 안희정(충남지사)·송영길(인천시장)·김두관(경남지사) 등 야권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동향을 파악해 불법적으로 정치에 개입하고, 보수단체를 동원해 이들에 대한 견제활동을 벌인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6일 이러한 내용의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 사항’ 문건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개혁위 발표를 보면, 국정원은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부의 주력 사업인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야권 소속 단체장들이 대거 선출되자 당·정 협력을 통해 이들 단체장의 돌출행동을 제어하고, 보수언론·단체를 활용해 비판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 보고서는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을 거쳐 청와대 정무·민정수석 및 총리실에 배포됐다고 개혁위는 밝혔다.
특히 원 전 원장은 2011년 8월 국정원 내부 회의에서 ‘지자체장들의 정부정책 비판 등 국정 저해 실태 점검과 대책’을 거듭 주문했다. 이에 국정원의 지역 담당 정보관들이 안희정·송영길·김두관 등 당시 야권 지자체장들의 △대정부정책 반대 활동 △대정부 비판여론 선동 사례 등을 수집해 보고했고, 국정원은 이 보고서를 청와대 대통령실장 등에게 전달했다.
국정원은 또 2010년 11월 ‘라이트코리아’ 등 평소 관리하던 보수단체들을 활용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김두관·안희정 지사에 대한 규탄 집회, 언론 등에 비판광고 게재, 국민소환운동 전개 등을 실행하도록 했다. 또 2010년 12월부터 2011년 4월까지 보수단체를 동원해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의 대북사업 추진과 관련한 항의서한 발송, 지역 언론 비판칼럼 게재, 규탄 집회 등을 진행하도록 했다.
개혁위는 “지자체장들의 합법적인 활동과 정치행위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것은 정치관여 및 직권남용 등에 해당한다”며 “이미 일부 지자체장이 (국정원 사찰 등에 대해) 검찰에 고발해 수사 중에 있으므로 (이번 조사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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