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5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한 식당에서 길라드 코헨 이스라엘 외교부 차관보 등과 오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정당 분당에 때맞춰 국민의당 내부의 갈등도 터져 나왔다. 최근 ‘바른정당과의 통합론’ 띄우기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비판에 앞장선 안철수 대표에 대해 당 일각에서 사실상 ‘당대표 사퇴’ 주장이 나왔다. 이에 안 대표는 “같이 못할 분이 있더라도 가겠다”고 정면으로 맞받았다.
호남 3선 의원인 유성엽 의원은 6일 당 소속 의원·지역위원장들이 함께 있는 바이버(SNS)에 글을 올려 안 대표를 비판했다. 유 의원은 ‘국민의당이 최순실 재산 환수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던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당이 고발한 것을 두고, “고발까지 하는 것은 적폐청산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안 대표의 ‘복수’ 발언까지 겹쳐서…”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가 최근 적폐청산을 두고 ‘복수하려고 집권했냐’는 취지로 한 발언을 비판한 것이다.
유 의원은 “대선에 패배한 사람은 죄인이다. 반성하고 자숙해야 정상이다”라며 “그래서 안 대표에게 당대표에 나서지 말라 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의 미래를 위해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대표에서 물러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지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바른정당의 분당 사태를 언급하며 “통합, 연합, 연대를 주장하던 국민의당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며 바른정당과 통합론을 제기한 안 대표를 에둘러 꼬집었다. 이상돈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안 대표와 현 지도체제로는 당이 가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소통 부족과 독단적 행보’, ‘정체성 고려 없는 통합론 제기’ 등 안 대표 리더십에 대한 당내 불만이, 바른정당 분당 사태와 맞물려 격화하는 양상이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안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대표는 무슨 말을 해도 듣고 앉아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라며 즉각 반박했다. 안 대표는 유성엽 의원의 비판에 대해 “정상적인 문제 제기의 범위를 넘었다. 그 정도면 그런 정당에 계신 것이 무척 불편할 것이란 생각마저 든다”고 직격했다. “응당 가야 할 길을 비정상으로 인식한다면 끝까지 같이 못할 분이 있더라도 가겠다. 반패권과 중도혁신의 길을 포기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안 대표는 ‘개혁과 사수를 바라는 평당원’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에 대한 비판글이 돌고 있는 데 대해서도 “이런 비정상 언급들 속에는 늘 전가의 보도처럼 ‘호남 민심’이 동원된다. 하지만 제가 듣는 호남 지지자의 목소리는 ‘국민의당이 더욱 강해져서 집권의 희망을 보여달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박지원 등 호남 중진 의원들과 언제까지 같이 갈 수 있겠냐”며 분당 가능성을 거론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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