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회의 질의 899건 뜯어보니
지역구 민원성 질의 13.7%
박정권 때 32% 비해 절반으로
최저임금·공무원 증원 등
예산현안에 집중 343건 38%
여 “복지강화” 야 “포퓰리즘” 대립
지역구 민원성 질의 13.7%
박정권 때 32% 비해 절반으로
최저임금·공무원 증원 등
예산현안에 집중 343건 38%
여 “복지강화” 야 “포퓰리즘” 대립
‘문재인표’ 첫 새해 예산 429조원을 심사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역구 민원성’ 질의가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 아동수당 도입 및 기초연금 인상, 공무원 증원 등 이른바 내년도 예산안 ‘3대 이슈’를 비롯한 예산 현안에 관한 질의가 40% 가까이 차지했다.
<한겨레>는 시민단체 ‘나라살림연구소’와 함께, 지난 6~13일 6차례 진행된 2018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이뤄진 여야 예결위원 50명의 질의 899건을 분석했다. 예결위 전체회의는 299명의 국회의원 중 각 당을 대표하는 50명의 의원이 예산안에 대해 국무총리나 관련 장관들에게 직접 타당성 등을 따져 묻는 자리로, 본격적인 예산안 조정 소위원회에 앞서 예산안 심사의 큰 방향을 가늠하는 자리다.
전체회의 분석 결과, 기초연금 인상 등 복지 강화 정책과 최저임금 인상 후속대책 등 ‘예산 현안’에 대한 질의가 38.2%(343건)로 가장 많았다. 예산 현안 질의가 40% 가까이 됐던 것은 이번 심사가 ‘큰 정부 대 작은 정부’, ‘복지강화 대 포퓰리즘’ 등 예산과 정책 본연의 논의에 비교적 집중했음을 엿보게 한다. 예산 현안에 관한 질의 다음으로는 ‘특정 정책사업에 대한 증액 요청’이 19.8%, ‘적폐청산 등 정치현안’ 18.4%, ‘지역구 증액 등 민원성’ 13.7% 등의 순이었다.
예산 현안 논의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자영업자·중소기업에 대한 보전 2조9700억원 △아동수당 도입 1조1000억원 및 기초연금 인상 1조7000억원 △공무원 증원 4000억원 등 내년도 예산안의 ‘3대 이슈’에 집중됐다. 자유한국당은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의 김광림 의원과 예결위 간사 김도읍 의원을 ‘투톱’으로 앞세워 공격 수위를 높였다. 김광림 의원은 “이번 예산안이 팽창, 확장에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며 항목별로 지적했다. 특히 공무원 증원 예산은 내년에 4000억원(중앙직 1만5000명)만 잡혔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내 17만4000명 증원의 ‘물꼬’가 될 수 있는 만큼 야당의 공세가 더욱 뜨거웠다. 김도읍 의원은 틈만 나면 “공무원 증원 재정소요 추계자료를 내놓으라”고 국무위원들을 압박했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간부문만이 돈을 버는 생산적인 일자리라는 편견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3대 이슈’ 등 예산 현안 질의가 많았던 반면, 지역구 증액 요청 등 민원성 질의가 그 3분의 1 수준(13.7%·123건)에 그친 게 눈에 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도 예산안 심사 때(2015년) 지역구 민원성 예산 관련 발언 빈도와 견주면 그 비중이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여당의 힘을 유지하던 그해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는 전체 933건 질의 가운데 297건(31.9%)이 주로 새누리당 의원들의 지역구 관련 요청이어서 “예결위가 지역 민원 창구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21일 “기업과 토건 중심의 보수 야당이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과 복지 강화를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표’ 예산을 ‘공격’하는 데 질의의 상당 부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집권 뒤 여당으로 첫 예결위를 시작한 민주당 의원들은 집권 여당 시절 새누리당 의원들과 달리 지역 민원성 발언을 비교적 삼가고 ‘방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지역구 관련 질의 123건 가운데 민주당 의원의 요청은 36건에 불과했다.
총량은 줄었지만, 지역구 예산 질의에만 집중하는 일부 의원들의 모습은 여전했다. 경남 거제시가 지역구인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3일 기획재정부 장관과 보훈처장을 상대로 거제시의 ‘홍남철수작전 기념공원 건립’에 “관심”을 요청했고,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거제시의 ‘산달도 연륙교 가설공사’ 예산 증액에 “배려”를 요청했다.
전체회의를 마친 예결위는 현재 14명의 예산안 조정소위 위원들이 세부 내역을 조정하는 심사를 진행중이다. 여야 모두 조정 소위 심사 과정에 ‘지역구 예산’을 밀어넣는 행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12월2일까지 여야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정부안이 그날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굵직한 쟁점들은 지도부 간 막판 ‘딜’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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